[이재용 2심 선고] 구속 1년 만에 집행유예…삼성, 리더십 공백 장기화 부담 덜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사옥에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법원이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삼성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됐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등법원 앞을 비롯해 삼성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는 임직원들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무거운 심정으로 2심 선고 결과를 기다렸다. 이 부회장이 징역 5년형을 받아 망연자실했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형량이 줄고 집행유예로 선고 된 만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하는 등 안도하는 분위기가 눈에 띄었다.

◆ 총수 공백 1년···경쟁 글로벌 기업 추격 허락

삼성은 그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최장기 호황)’ 마무리,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부상, 환율 변수 등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리더십 주재가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외 기업들은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1년 동안 삼성은 최고경영진 공백으로 그동안 굵직한 M&A는 전무했다. 삼성의 국제적인 M&A가 지난해 3월 미국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이후 끊긴 게 대표적인 예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과감한 투자 결정에 나서고 이에 따른 책임과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오너 경영인이 부재한 탓”라고 설명했다.

이런 틈을 타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24년 만에 인텔을 누르고 반도체 부분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닥뜨렸다. 중국에서는 화웨이의 선전에 밀려 점유율이 1%대로 주저앉았으며 인도에서는 샤오미에 1위 자리를 8년 만에 내줬다.

◆ 이재용의 삼성號 향배···대규모 투자‧M&A 시동
이로써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지휘하는 삼성 호(號)의 항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연매출 240조원, 영업이익 53조원 등 사상 최대 성적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총수 공백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무죄를 주장하는 입장이지만, 1심과 달리 2심에서 중형 판결을 피하고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을 면한 만큼 ‘총수 부재 장기화’라는 리스크(위험 요소)는 걷어진 셈이다.

이에 일정부분 활동제약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은 대내외적인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영 정상화 수순 밟을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중단됐던 대규모 투자와 M&A을 위한 행보에도 속도를 내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삼성그룹은 오는 3월 80주년을 맞는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8년 3월 22일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창업’을 선언하기도 해 30년 만에 이 부회장의 ‘제3창업’ 선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관련업계는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삼성이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창업정신을 기리고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등 기업’에서 ‘국민 기업’으로 발돋움 할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주식 액면분할을 발표하면서 주당 250만원 황제주가 주당 5만원 국민주로의 변신을 꾀했다. 2015년 이후 배당 강화 정책을 시행한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정책 혜택을 사회와 나누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노희찬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은 “액면분할을 실시할 경우 보다 많은 분이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대폭 증대되는 배당 혜택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 브랜드 신뢰도 회복도 이뤄져야"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를 통해 삼성의 브랜드 신뢰회복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국정 농단’ 사태로 재판을 받는 그 사실 자체로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도덕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애플, 구글, 소니, 화웨이와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인해 삼성의 브랜드 신뢰도는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올해 1월에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2018’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애플은 11년 연속 1위 기업에 선정됐다. 포춘은 29개국 68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존경받는 기업 50곳을 발표한다. 삼성은 2009년에 50위권에 진입한 후 2014년에는 2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 한 관계자는 “이미 1년 동안 ‘국정농단’ 재판을 받으면서 삼성의 신뢰도는 저하됐다”며 “글로벌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를 다시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주총회가 있는 내달까지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안도 숙제다. 공정위는 이날 공시대상기업집단 57개 가운데 지난해 6월 4대그룹 정책간담회가 열린 이후 지난달 말까지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한 곳은 10개 집단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5대그룹 중에서는 현대차·SK·LG·롯데 등 4개 집단은 발표했지만, 삼성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 이 부회장이 무죄로 방면된 것이 아니라 경영 활동은 다소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 부회장이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이병철 손자나 이건희 아들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말한 만큼 도의적인 차원에서 중책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다.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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