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각 보험사]
지난해 보험사들은 3조5000억원을 빌려 자본을 확충했다.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벌어들인 수익은 내부 유보하지 않고 '배당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국내 시장에서 채권발행으로 조달한 자본 규모는 2조427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 해외발행으로 10억 달러(약 1조685억원) 자금이 추가 조달됐음을 감안하면 총 3조4955억원으로 역대급 규모다.
건전성에 한계를 맞은 중소형 보험사만 채권 발행을 고민하던 과거 분위기에서 벗어나 한화‧농협생명 등 대형 보험사도 각각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특히 교보생명은 신종자본증권 해외발행을 보험업계 최초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IFRS17 등 건전성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빚으로 자본을 확충한 것과 달리 벌어들인 돈을 빼가는 배당은 늘렸다는 점이다. 빚을 늘려 자본 확충을 하면서도 대주주에 대한 배당은 줄일 수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해 배당을 한 12개 보험사의 배당 규모는 총 1조6260억원으로 2016년 1조961억원 대비 48.34% 늘었다. 배당성향을 따져보더라도 2016년 19.9%에서 지난해 30.4%로 10.5%포인트나 늘었다.
개별적으로 지난해 두 차례 배당을 단행했던 ING생명의 배당성향은 57.8%로 나타나 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로 각각 2016년 대비 20.3%포인트와 13.8%포인트 확대됐다.
사실 배당 자체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IFRS17 도입을 위해 대규모로 빚을 내서 자본을 확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배당성향 확대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전성 규제 강화를 앞둔 상황에서 이익을 내부 유보해 환경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도 보험사들이 자본건전성 강화를 위해 만전을 기해 달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당 자체는 회사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배당이 과도하면 회사의 자본건전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선 보험사들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IFRS17은 몇 년 뒤의 문제"라며 "지금 당장 배당금을 줄이는 것에 찬성할 주주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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