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8일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다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AP신화/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관련 합의를 이루면 중국이 비핵화와 김정은 정권의 체제 보장을 위한 '보증인'이자 '중재자'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게 아니냐는 '차이나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상징적 합의를 이루면 중국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을 보증하고 합의 이행을 중재하는 역할을 중국이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CMP는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전용기 대신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이용하는 에어차이나의 보잉 747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도착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에 직접 관여하길 꺼렸다. 그러면서 한반도 핵위기는 북한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이번 회담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절차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중국 카네기·칭화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자오통 연구원은 "중국은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걸 잘 안다"며 "따라서 지금 당장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에 나서도록 내버려두는 게 가장 현명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상징적 합의가 예상되는 이번 회담 뒤에는 중국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합의에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와 종전(終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대화를 지속하자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인데 중국이 합의 이행 과정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쳉샤오허 중국 런민대 부교수는 "중국이 합의 이행 과정에서 역할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핵 폐쇄 감시, 경제개발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가장 가까운 동맹이다. 쳉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을 보증하는 데 최적의 위치에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 뒤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이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루차오 중국 랴오닝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중국이 북·미 양측의 약속 이행을 도울 것"이라며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어떤 합의라도 잘 이행되도록 하는 보증인 겸 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번 회담이 결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기조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일원인 공화당의 린제이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미국 ABC방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택지는 2개밖에 없다. 평화 아니면 전쟁"이라고 경고했다.
자오 연구원은 영국 BBC방송에 이번 회담이 실패로 끝나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 의지를 조금이라도 내비치면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에 억지 신호를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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