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현실은]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에 짐싸는 중소기업

  • "3D업종·인력난에 시달리는 기업일수록 해외이전 가능성 높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해외로 떠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최저임금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로 사업장을 이전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지급하는 1인당 월급이 내년부터 200만원 안팎으로 늘어난 데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량도 20% 이상 감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3D 업종을 기피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에 비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풍부한 인력과 세 배 이상 싼 인건비, 높은 생산효율, 두 배 정도 저렴한 물가, 덜 까다로운 정부 규제 등 한국보다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이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27일 "300명 미만 작은 규모의 사업장과 3D업종 일수록 해외 이전 속도가 빠른 경향을 보인다"며 "국내에서는 한국인 근로자들이 3D 업종을 기피하고, 그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난으로 올해 초 태국으로 사업장을 이전한 A중소기업 대표는 "가뜩이나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데, 3D업종은 더욱 그렇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국인 인력의 임금도 높아져 더 이상 국내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해외 이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뭐든지 빠르면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라며 "경제 상황이 좋을 때도 아니고, 한국 기업들의 체질도 약한 상태에서 최저 임금을 가파르게 올리다 보니 중소기업의 수익구조는 더 나빠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근로시간 단축 후 중소기업들은 평균 6.1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생산량도 20.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초 베트남 이전을 계획하는 B중소기업 대표는 "이 회사를 운영한 지 30년 정도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직원들의 헝그리 정신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서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 찾는 직원들이 많아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생산효율은 1년 사이 30% 넘게 떨어졌다"며 "(근로시간이 줄면서)업무 진척이 더딘 데다, 직원들과의 잦은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로 해외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과 이에 따른 연간 12조3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부담은 총 비용의 70%에 달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 외국인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C 중소기업 관리이사는 "제조업 대부분은 3D업종"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만이라도 한국인 근로자보다 최저임금을 좀 낮춰야 한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면 어떻게 운영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4년여 시간동안 세 번의 이직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돈을 많이주면서 덜 힘든 곳을 찾게 되는데, 이때마다 그들의 월급 수준은 더욱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