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일척 승부였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트럼피즘'(트럼프주의), 하원은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를 각각 선택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외교도 전략적 선택 기로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북핵 비핵화의 시간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원선거 패배로,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 비핵화, 종전선언 등 대외정책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조정자론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전통적으로 외교는 '대통령의 영역'으로 인식된다. 북한과 대화를 중시하는 민주당이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기도 쉽지 않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충돌, 즉 '워싱턴 정치 역학'의 변화로 북핵 시간표가 늦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대북정책 속도조절…美·中 안보대화 주목
7일 전문가들은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반도 외교를 관통하는 주요 변수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 의회 영향력 △북·미 협상과 종전선언 △미·중 고위급 외교안보대화 △주한미군 주둔 변화 등을 꼽았다. 남·북이 각각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과 서울 답방 등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우선 8년 만에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의 미국 의회 내 영향력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하원 의원은 상원에는 없는 예산심의권, 감독청문회 등을 고리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속도가 붙기보다 '실질적 비핵화 조치 우선론'이 확대될 수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그간 미국 여론은 북·미 정상회담에는 긍정적이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는 의문이 많았다"며 "이번 중간선거로 그간 추진했던 대북정책이 변화를 맞는다면,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당장 전세계 시선은 오는 9일(현지시간) 재개하는 미·중 고위급안보대화로 쏠린다.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로 미·중 고위급안보대화의 중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무역전쟁 등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미·중이 안보대화를 통해 해빙 모드로 전환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어서다. 양국은 이 자리에서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군사 갈등은 물론, 북핵 문제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승리 외친 트럼프 속내…운전자론 시험대
대북정책의 화약고인 주한미군 주둔 문제도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의 분수령이다. 여기에는 북한 비핵화와 보상 문제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이 도사리고 있다.
앞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은 북·미 협상과 관련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반도에서 군사태세에 변화가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와 미국 합참본부의 공식 해명으로 이 문제가 단기간에 발발할 가능성은 작지만, 한번 의제로 떠오를 경우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결과를 인정하느냐도 대북정책의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밤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굉장한 성공을 거뒀다"고 전했다. 그간의 대북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전쟁 이후 38차례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하원에서 이긴 적이 대공황(1934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소추 역풍(1998년), 9·11 테러(2002년) 등 세 차례에 그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민주당이 하원에서 이겼다고 해서 미국 행정부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지지층 결집 차원에서 대중 압박을 강화하거나, 지금보다는 강경한 대북정책을 전략적으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의 시계가 늦춰지면 미국 의회 내 부정론이 부상할 수도 있다"며 "대북정책만큼은 당·정·청은 물론, 국회 차원에서도 의회외교를 통해 측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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