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25. 에곤 실레와 프레디 머큐리

  • -에곤 실레 '나 영원한 아이(Ich Ewiges Kind)'

죽음과 소녀[사진=벨베데레 궁전 홈페이지]


# '자화상Ⅲ' -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자유에 대한 나의 억누를 수 없는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하므로 그들 또한 사랑한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고귀한 사람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사람이며, 그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베푸는 사람이다. 나는 인간이다. 죽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한다. <나 영원한 아이(에곤 실레∙알비), 119쪽>

우선 저는 미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여행을 가면 보통 하루 정도를 온전히 미술관에 투자합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끼고 하나하나 설명을 들어가면서 천천히 둘러봅니다. 지난여름에도 한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그 미술관에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 '키스' 등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눈을 끈 것을 다른 화가의 그림이었습니다. 바로 에곤 실레의 작품이었죠. 사람의 신체가 심하게 뒤틀리고 왜곡된 모습이 무언가 기괴하다는 느낌을 줬습니다. 숙녀뿐 아니라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적 묘사는 외설적이고 퇴폐적이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클림트의 그림이 화려한 황금빛이라면, 실레의 그림은 음울한 흙빛과 같았습니다.

이후 실레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검색하면서 그의 삶과 생각 그리고 그림을 곱씹어보게 됐습니다. 그는 한 명의 화가로서 성공했을지 몰라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실패했습니다.

아버지는 매독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며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실레에게 무심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보였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겉돌았고 결국 그만뒀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가정을 꾸렸지만 아내는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사망했고, 그 역시 3일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의 나이 28살이었습니다.

최근 영국 록밴드 '퀸'의 메인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재조명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실레와 머큐리, 두 사람의 인생이 꽤 겹쳐 보입니다. 둘 다 세상에 걸작을 남겼지만, 행복한 그리고 완성된 삶은 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요. 당시와 똑같이 논쟁적인 인물이었을지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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