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다시 한번 더 소환할 수 있을까? 아직 조사가 충분하지 않아 추가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검찰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두 번째로 소환해 12시간 동안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정 교수를 소환해 조사한 뒤 이날 자정 무렵 돌려보냈다.
정 교수가 돌아간 뒤 검찰은 “정 교수가 진술서 내용을 꼼꼼히 검토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실제로 조사한 것은 두세시간 남짓”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의 건강 때문에 오래 붙잡아 둘 수 없어 조사를 빨리 끝냈는데, 정 교수 측이 진술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바람에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검찰이 세 번째 소환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검찰관계자들은 “조사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문제는 세 번째 소환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정치쟁점으로 비화되고 보수와 진보세력이 각각 광화문과 서초동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세 번째 소환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법조계는 “찬반 여부를 떠나 이미 검찰의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이슈화’ 돼 버렸다”는데 의견이 일치된다. 향후 검찰의 행보는 어떤 것인지를 막론하고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 윤석열 검찰총장이 ‘피의자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한 것을 두고서도 “조국-정경심 봐주기”라는 시각과 “진짜 수혜자는 나경원 의원 등 자유한국당”이라는 시각이 맞섰다. 검찰이 나경원 의원 등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십수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보낸 직후였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악화된 이상 정 교수의 세 번째 소환 역시 같은 수준의 공방이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나쁘다는 점도 검찰을 곤욕스럽게 할 요소로 보인다. 정 교수는 영국 유학시절 강도를 피하려다 건물에서 추락해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현재까지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릴 적에 한쪽 눈을 다친 것 때문에 지금도 고생을 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검찰이 5일 두 번째 소환에서 조사시간을 길게 잡지 못한 것도 정 교수의 건강 때문이었다.
벌써부터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세력에서는 ‘기껏 표창장 위조와 자산이 이십몇억에 불과한 펀드를 뒤지려고 최정예 특수부 검사들 3~40명씩이나 투입해 한달 넘게 턴 것도 모자리 건강도 좋지 못한 사람을 자꾸 불러대느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조사를 이 시점에서 마치는 것도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치권의 반발이 거셀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환자 코스프레는 권력형 부패범죄 피의자들의 트레이드 마크”라면서 “엄살에 속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무엇보다 검찰 수사가 미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결과를 두고 조롱섞인 비난이 커진 상태다. 검찰이 밝힌 방식으로는 도무지 ‘위조’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도 ‘조범동-정경심 공범’ 혹은 ‘정경심 코링크PE 차명보유’ 이론을 입증할 증거가 명백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입증하려면 적어도 두 사람이 밀접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증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또 두 사람이 공범이 되려면 범죄수익을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나눠가진 정황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입증이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주 중으로 추가소환 여부 등을 마무리 짓고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인근에서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릴 가운데 행사시작 3시간 전 부터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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