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2000억 규모 유상증자 단행...경영 새판 짜나

  • 서경배 회장 전환우선주 전량 증여 시 서민정 지분 2.71%→4.67%로 증가

  • 서민정, 최근 中 장강상학원 MBA 마친 뒤 본사 영업전략팀 경영수업 복귀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3세 경영 밑그림이 짙어졌다. 오너 3세 서민정씨(28)가 최근 중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경영에 복귀한 데 이어 아모레퍼시픽그룹이 기명식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다.
 
아모레G는 최근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전환우선주로 총 709만2220주다. 전환우선주는 10년 뒤 1대 1 비율로 보통주 전환된다. 배당률도 높게 책정됐다. 올해는 2.50%, 내년부터 2.25%다. 1주당 신주 배정 주식수는 0.07주로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오는 12월 24일, 상장예정일은 12월 26일이다.

아모레G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고,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아모레G는 보유한 현금 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한다. 이후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35.4%에서 37.7%로 2.3%포인트 높아진다.

업계는 서경배 회장이 전환우선주를 민정씨에게 증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아모레G의 보유 지분(35.4%)을 고려하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회사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며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 기간도 내년 12월 11일까지로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결국 목적은 승계”라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오너 3세이자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 유닛 영업전략팀 프로페셔널 서민정씨(28). [사진=아모레퍼시픽]

전환우선주는 매입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주식이다. 만기일까지 보유하면 배당과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재벌가에선 통상적으로 전환우선주를 매입해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한 후 의결권 확보를 하는 방식으로 오너가 지분율을 높인다.
 
아모레G는 민정씨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신형우선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확대해왔다. 서 회장은 2006년 지주회사 전환 당시에도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민정씨에게 증여했고, 증여 받은 우선주의 45%인 8만8940주를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 납부했다. 민정씨는 10년 후인 2016년 12월 신형우선주를 보통주 241만2719주로 전환해 아모레G 지분 2.71%(보통주 기준)를 확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때 신형우선주 '아모레G2우B'는 보통주보다 50%가량 가격이 낮았다. 서 회장은 2012년에 민정씨에게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18.18%), 에뛰드 주식 18만1580주(19.52%)를 증여했다. 증여 전후 지분율이 동일한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현금 납부로 추정된다. 

만약, 이번에 서 회장이 보유하게 될 전환우선주 전량(약 374만977주)을 민정씨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하면, 민정씨가 증여받을 주식 50%를 증여세 명목으로 현물납부한 뒤 약 187만489주를 보유하게 된다. 이 주식이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하면 아모레G에 대한 민정씨 지분율은 기존 2.71%에서 4.67%로 1.95%포인트 올라간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아모레G 주가는 2015년 대비 65%가량 하락한 상황이며, 신형우선주의 예정 발행가는 아모레G의 최근 주가와 연동되어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 현 시점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배구조 [아주경제 그래픽팀]

 
민정씨는 최근 경영 참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경영권 승계설에 무게를 더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민정씨는 지난 1일 중국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치고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 유닛(부문)의 영업전략팀으로 복귀했다. 직급은 과장급에 해당하는 ‘프로페셔널’이다.
 
민정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 중국 징동닷컴 등을 거쳤다. 2017년 1월 아모레퍼시픽 경력사원으로 입사, 6개월 동안 경기 오산공장(SCM) SC제조기술팀에서 생산 관련 업무를 하다가 같은 해 6월 퇴사했다. 이후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장강상학원은 리카싱 재단이 2002년 11월에 세운 중국 최초 비영리 사립 MBA로, 중국 500대 기업 요직에 있는 인물 5명 가운데 1명을 배출했다. 대표적으로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이 학교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시 중국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현지 사업가들과의 인맥,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뷰티 유닛 영업전략팀은 전체 브랜드의 영업전략을 수립하는 핵심 부서로,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의 기본을 충실히 익히고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