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에 국가경쟁력 1위 '싱가포르'도 흔들

  • 2017년 후 처음 구인배율 1 밑돌아 "고용상황 비관적"

  • 급여상승률도 3년 만에 최저치...재고용률도 하락

세계 최상의 국가경쟁력을 자랑하는 싱가포르도 글로벌 경기둔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노동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근로자의 재고용률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임금상승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고용과 관련한 주요 지표와 전망은 여전히 비관적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지난 2분기 유효구인배율은 0.9배를 나타냈다. 이 수치가 1배 밑으로 떨어진 건 2017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실업자) 1명당 일자리 수를 의미한다. 싱가포르에는 일자리보다 구직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은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2.1%로 떨어졌다.

실업자의 6개월 내 재고용률도 대폭 낮아졌다. 지난 1분기 66.4%였던 것이 2분기에는 59.9%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전문직 노동자의 재고용률도 57.7%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최근 발표된 맨파워그룹의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내 기업 고용담당자 66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용전망은 2017년 3분기 이후 가장 비관적이다. 올해 4분기에 직원 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이들보다 비중이 5%포인트 높았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큰 타격을 입은 제조업계 응답자들은 대개 10년 만에 가장 비관적인 의견을 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셀레나 링 재무리서치·전략부문 책임자는 유효구인배율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내게 유효구인배율은 핵심 지표"라며 "1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건 노동시장이 약해졌다는 걸 암시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노동부가 지난주 발표한 분기별 자료에 따르면 서비스업종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고,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감소세가 눈에 띄었다. 반면 전문가, 관리자, 임원, 기술자 등 고급직군을 의미하는 PMET에서는 일자리가 늘었다.

싱가포르가 핵심직군으로 육성하고 있는 PMET 분야는 정부가 급여의 절반을 보조해주는 경력지원프로그램 덕분에 경기둔화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유효 구인배율, 평균임금과 재고용률 등이 현재 싱가포르가 직면해 있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리쥐예 메이뱅크 이코노미스트는 블름버그에 "각종 고용지표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발표되는 경기선행 지수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자유무역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싱가포르 경제도 당분간 하강국면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도심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