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마스크 대란’에 단속만 말하는 정부, 5년 전과 닮은꼴

  • 마스크·손제정제 품귀에 수급 대책은 실종

  •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에 신종 감염병 포함 필요

4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명색이 제약사 직원인데 정가 1500원 마스크를 10배 비싼 1만5000원에 구매했습니다.”

4일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일부 유통업자와 중국 보따리상들이 매점매석에 나선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로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를 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손세정제 또한 마찬가지다. 약품과 마트 곳곳에는 ‘손세정제 품절’ 공지가 붙었고, 시민들은 인터넷에서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섞어 손세정제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이마저도 인기를 얻으며 시중에는 에탄올과 글리세린이 바닥났다는 말까지 떠돈다.

그간 정부의 발표에는 마스크 품귀 등에 대한 대비는 빠졌다. 지난달 3일 질병관리본부에 ‘우한시 원인불명 폐렴 대책반’이 구성되고, 같은 달 21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시기에도 마스크, 손세정제 품귀에 관한 대응책은 없었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시중에선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동났지만, 역대 정부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 됐다.

지난달 30일에서야 정부는 매점매석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의약외품 시장점검 및 대응관련 회의를 열고 “매점매석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스크, 손세정제 등 수급은 빠진 반쪽짜리 대책이었다. 이어 똑같은 방안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입을 통해 나왔다. 이들 역시 수급대책보다는 매점매석에 칼을 휘두르는 데 집중했다.

이마저도 칼자루만 쥐었을 뿐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4일 현재 마스크 매점매석에 대한 단속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31일부터 마스크 불공정 거래에 대해 360명을 투입해 90곳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위반사례 등에 대한 결과와 내용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손세정제의 경우 한발 늦은 대처에 나섰다. 김 부본부장은 “현재 공급량과 실태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등에서 긴요하게 필요할 경우 수급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시민들은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한 시민은 “오프라인에서 겨우 결제까지 마친 제품이 취소되기 일쑤다”라면서 “정부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지만 시중에서 웃돈 없이 구하긴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나서서 위급시에 발생할 수 있는 마스크 등에 대한 관리, 사용체계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웅 법무법인 P&K 변호사는 “법적 근거의 문제보다는 이와 같은 감염병이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고 그 피해가 걷잡을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실제 관리, 비축, 사용 체계를 점검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을 개정해 마스크, 손세정제 등 위생용품 수급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변호사는 “과거 비상대비자원 관리법에 신종 감염병 등을 포함해 마스크 등을 비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면서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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