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는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8.39% 폭락해 1457.64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0년 8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982조1697억원으로 1000조원 밑으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도 전거래일보다 56.79포인트(11.71%) 내린 428.35로 종료했다.
장중엔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8% 넘게 폭락해 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낮 12시 5분부터 20분간 주식시장이 멈췄다. 지난 13일에 이어 두 번째다.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과 주식 관련 선물·옵션 시장의 거래가 모두 중단됐다.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국고채 3년 금리가 한때 1.307%까지 급등해 기준금리(0.75%)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한국은행이 20일 국고채 1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한 이유다. 한은이 마지막으로 국고채 지표물을 매입한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정부는 12년 만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위기 당시 자금 경색을 해소해 시장 안정에 이바지했다는 판단에서다.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증시안정기금도 조성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누군가가 채권을 사서 돈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채안펀드 조성 배경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최소 10조원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008년에 이뤄진 10조원보다는 조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은 위원장은 20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채안펀드 조성을 협의하고 오는 24일에는 각 금융권 협회장들과 만나 논의할 계획이다.
주식시장을 위한 안전판도 마련한다. 증권시장안정기금(증안기금)을 조성해 주식시장 전반의 안정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주식 시장의 과도한 불안이 실물경제와 경제 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증안기금을 조성할 것"이라며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개별 종목이 아닌 시장 대표지수 상품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안펀드와 증안기금 조성 방식과 규모, 집행 계획 등은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