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여객수가 전년 동기 98.1% 감소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잠정 화물 수송량은 전년 동기보다 13.5% 증가한 10만6424톤(t)을 기록했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수송량도 전년 동기보다 4.3% 늘어난 5만3444톤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화물 수요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의약품 및 의료장비 등의 수요로 급등으로 인해서다. 대한항공은 최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마스크나 진단키트 등 방역·의료물품 외에도 밀려 있던 일반 화물 물량도 상당하다"며 "6월부터는 미주 지역에서 체리 등 신선화물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화물수요 증가로 대형항공사들의 현금 소진이 월 1500~2000억원에서 1000억원 이하로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화물수요 증가로 대형사의 경우 2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정비 비중이 큰 항공업종 특성을 반대로 고려하면 운임이 끌어올린 매출 증가는 그대로 영업이익으로 내려오는 구조"라며 "작년부터 이미 적자를 이어온 아시아나항공은 뜻밖의 화물 반사이익으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화물 운송의 경우 공급이 확대되면 운임 가격도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항공사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부터 화물기 투입이 정체되면서, 지난달 아시아발 미주 화물운임은 톤(t)당 7.8달러, 유럽 화물운임은 5.9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상승했다.
이에 해외 항공사들도 공격적으로 화물 운송을 확대 중이다. 해외 항공사들 중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아예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 항공기로 개조한 곳도 있다. 중국 동방항공은 이미 지난 3월부터 A330-200 여객기 2대의 좌석을 제거해 화물전용기로 활용하고 있다. 뉴질랜드 에게안항공도 A320좌석을 뜯어내고 화물 적재 공간을 2배 늘렸다. 이스라엘 항공도 B777 여객기 좌석을 뜯어 약 50t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처럼 글로벌 항공사들의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은 안전상의 이유로 여객기 전용 화물칸과 객실 내 수하물칸(오버헤드빈) 외에는 짐을 실을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도 국토교통부와의 지속적인 의견조율을 통해 객실에 물품을 적재할 수 있게 됐다"며 "다만 해외항공사들은 이미 2월 말부터 이 같은 규제를 풀어준 상황이어서 국내 항공사들이 뒤늦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는 당장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화물 영업보다는 여객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관광 위주인 단거리 중심의 국제선 노선은 여전히 대부분 막혀 있어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LCC 중에는 유일하게 진에어가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를 화물기로 투입 중이다. 이에 대해 항공사 관계자는 "화물수요에 올인하면서 적자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일부 화물실적을 제외하고는 흑자 전환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LCC의 경우 화물기로 투입할만한 대형기가 없는데다 국제선이 여전히 막혀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