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신상털기식 질의와 정쟁의 골을 남기는 폐해만 남기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의 개선 움직임은 더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176석이라는 거대여당으로 덩치가 커지면서 대안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수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민주당이 국회 인사청문회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실제 지난 6월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는 내용이 골자다.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하고, 공직역량청문회를 통해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검증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으며 국회 파행, 공직 기피, 정치불신 조장 등 부작용도 크다”면서 “인사청문회 정상화는 최우선적인 정치개혁 과제이자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야 모두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대해서는 이견은 없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 시절인 2014년 당시 김영우 의원이 청문회에서 사생활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로 진행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낸 바 있다.
문제는 주요 정당들이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의지가 ‘180도’ 뒤바뀐다는 점이다.
여야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57건의 청문회법 개정안을 냈으나 법률용어 손질 단 1건 외에 나머지는 모두 폐기될 정도로 부침이 심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인 새누리당은 도덕성 검증을 위한 청문회를 비공개로 한다는 내용 등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의 취지를 부정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대했다.
당장 이번 홍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엄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맞불을 놨다. 엄 의원은 법안은 공직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선서할 때 자신이 거짓말을 하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해당 기관을 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인사(人事)와 관련해 고충을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개최됐던 사전 환담에서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가 아닌가. 각각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 얘기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연좌제를 깼다”는 취지로 운을 떼며 나왔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 관련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남편이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민유숙 대법관 같은 경우 남편이 당시 야당소속이었다”면서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 대법관의 남편은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인사청문회 제도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면서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개각을 앞두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냐’는 질문에 “개각을 하는지 안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는데 개각을 하는 걸 전제로 한 질문”이라며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개각이 있다, 없다는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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