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열풍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증시가 대통령 선거 이후 상승세에 접어들며 환율로 인한 손실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적극적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동학 개미'들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306억3009만 달러로, 지난달 말(264억4449만 달러) 대비 약 16% 증가했다.
연초 84억2370만 달러에 머물던 미국 주식 보관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와중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4월 말 120억 달러를 돌파한 뒤 8월 말 200억 달러를 넘긴 뒤 11월 들어 처음으로 300억 달러 고지를 밟았다.
특히 8~10월 기간 증가율이 약 1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11월 들어서는 상승 폭이 가팔랐다.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늘어난 잔고만 약 42억 달러(16%)에 달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증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투자자들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전망이 확실시되며 다시 매수 규모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기간 순매수 상위 기업들을 보면 친환경·전기차 업종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2억 달러)가 1위를 차지했다. 니오(8456만 달러), 샤오펑(4290만 달러) 등 중국 전기차 업체도 각각 2위, 6위에 올랐다.
바이든 후보가 대선 공약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탈탄소 정책을 내세우며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전망 등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보다는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더욱 높게 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해외 주식 투자자들이 연일 순매수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매도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1977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가 연일 고점을 갈아치우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지수 하락에 배팅하는 인버스 상품 매수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이달 들어 2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지수 하락을 2배 추종하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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