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증식로'로도 불리는 고속로는 고에너지의 중성자에 의한 핵분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설이다. 기존의 원자력발전소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를 재이용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에 있어 중요한 시설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비롯해, 안전성, 핵확산 등 과제가 있어 개발이 용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효용성 측면에서 이득이 크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투자한 기업인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는 고속로 개발 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개발되는 고속로는 2028년 와이오밍주에서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한다. 건설비 약 40억 달러(약 4조7600억원)는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일본은 원자력 개발 초기부터 핵연료주기 확립을 원자력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설정해왔다. 최종목표인 핵연료주기의 실현을 위하여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이를 위해 1960년대부터 고속로 개발을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실험로인 조요(JOYO)와 원형로인 몬주(MONJU)를 건설하고 고속로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원형로 몬주는 1994년 최초 임계 도달 이후, 소듐 누출사고, 연료재장전용 이송기기 노심 낙하사고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기간을 운영 정지상태로 있었다. 결국 일본은 2016년 12월 몬주의 폐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2017년부터 시작된 몬주 폐로는 2047년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다만 이에 그치지 않고 일본 정부는 고속로 개발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지속적인 고속로 개발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로 개발, 실용화, 국제표준화를 실현하기 위해 고도의 안전성 및 경제성의 동시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후 일본은 프랑스의 고속로 '아스트리드' 계획과 협력하는 것으로 고속로 개발 사업에 무게를 실었지만, 프랑스 정부가 계획을 동결하면서 고속로 연구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미국이 고속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본은 테라파워 계획에 합류하면서 다시 고속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일본은 우선 몬주의 경험 등에 기반해 미국 측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고속로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때문에 고속로와 관련한 데이터·기술 축적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결국 고속로 모델인 몬주 실험로와 원형로 운영을 통해 기술을 축적한 일본과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에 결정한 고속로 개발 로드맵에 미국과 협력할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2019년에도 양국에서 고속로 시험로 개발에 관한 협력합의서를 교환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도 요미우리신문에 "일본의 고속로 지식과 우수한 실험시설을 잘 활용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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