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주 '대어'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공모가 산정 시 해외 기업들이 비교대상에 포함되며 높아진 몸값과 75%에 달하는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저조한 성적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공모 과정에서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삼은 미래 성장전략을 강조했지만 투심 확보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5~2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정확한 참여 규모나 경쟁률은 28일 공시될 예정인데, 수요예측 참여도는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공모가 역시 희망범위(5만7900원∼7만5700원) 하단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현재 공모가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참여도가 낮았던 걸로 보인다"며 "회사 측이 기관들에게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인 5만7900원으로 설명했고,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응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예측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약세로 돌아선 가운데 건설업종의 경우 아파트 붕괴 사고로 인해 특히 투심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공모주의 경우 하단 이하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상장을 철회한 뒤 증시 회복을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재차 상장에 나서더라도 공모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부진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가치 산정과정에서 WSP글로벌(WSP GLOBAL)과 제이콥스(JACOBS) 등 기업가치(EV)/상각전영업이익(EBITDA) 배수가 높은 기업을 포함하며 몸값이 상승했다. 12개 기업의 수치를 단순평균한 EV/EBITDA는 11.64배로, 국내 경쟁사인 삼성엔지니어링(5.96배)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런 가운데 기존 주주들의 구주 매출 비중은 75%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공모가를 확정한 뒤 다음달 3~4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이다. 인수단인 현대차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에서도 청약이 가능하다. 상장 예정일은 2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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