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리터당 1740원…6주 연속 상승세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더욱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배럴당 95.0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2.9달러 올랐다.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것이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한 국제유가는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변수가 커지면 국제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
당분간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대 150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점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제재 등으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국내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리터당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21.4원 오른 1739.8원이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내림 곡선을 그린 뒤 최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주부터는 1700원 선까지 올라섰다.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는 기간은 통상 한 달 안팎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조만간 20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 "올해 물가 3.1% 전망"...고공행진 중인 물가 '위태'
물가도 위태롭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 오름세는 고스란히 물가 상승세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올해 물가 전망을 2%로 잡았었다. 그러나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3.1%로 높여 잡았다. 불과 석 달 만에 1.1%포인트나 더 높게 잡은 것이다.
문제는 한은의 이런 전망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하기 전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번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망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감안했다"면서도 "전면전 상황은 가정하지 않았다. 아직은 가변적이어서 그렇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물가에 더 큰 압력을 줄 수 있다. 이 총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필요하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검토"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 카드도 많지 않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 20% 인하 조치 연장 등을 추진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및 LNG 할당관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제 유가 상승세가 3월에도 지속할 경우 유류세 및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인하 조치의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18일 물가차관회의에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당초 예상보다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2월에도 어려운 물가 여건이 지속할 것"이라면서 "모든 분야에서 정부 수단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석유류는 적용 중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국제 유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유류세 인하나 할당관세 적용 확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는 지난해부터 높은 수준이라 1차적으로 올해 3월까지 유류세 인하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돌발 변수가 생긴 만큼 이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면 업계 수요를 반영해 원자재 할당관세 인하 폭과 대상 확대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연장 카드를 쓴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세 여파로 유류세 인하 조치 효과 대부분을 상쇄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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