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제로 코로나' 초강수의 반전 .. 시진핑號 3기 출범 앞두고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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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4-2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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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올가을 화려한 ‘3연임 대관식’을 준비 중인 중국 시진핑號의 앞날에 장밋빛보다 잿빛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국이 자신들의 체제가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함으로써 장기 집권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치밀한 계산에 점점 오차가 커지고 있음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국식 사회주의가 서방의 자본주의 방식보다 낫다는 일관된 통치 철학에 균열이 생겨나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간 중국의 승승장구는 내부적으로 인민의 애국주의 광풍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에 버금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불패(不敗) 신화가 강력한 중국 리더십의 배경이 되고 있기도 하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중국엔 오히려 기회가 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점진적으로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그 틈새를 중국이 메우는 글로벌 질서의 변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발발은 중국이 진원지라는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또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중국은 코로나가 미국과의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궁극적으로 추월 가능한 각본을 짜기 시작했다. 2년 넘게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면서 한동안 중국의 의도대로 굴러가는 모양새가 되기도 했다. 중국이 내세운 ‘제로 코로나’라는 초강수가 먹혀들어 가는 듯했다. 미국은 더 추락하고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간이 단축되는 시나리오가 공공연하게 회자하였다.
 
그러나 의외의 반전이 일어났다. 과도한 봉쇄가 자승자박이 되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닌 이길 수 없는 게임으로 변질하고 있다. 기술 허브 선전에 이어 중국 경제 심장인 상하이까지 오미크론에 속수무책으로 뚫리면서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공장 가동 중단이 공급망 붕괴로 연결되고, 물류대란으로 인한 생필품 부족은 민생 경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결국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으며, 특히 중앙의 통제가 덜 미치는 상하이나 광저우 등의 대도시 인민의 불만이 점점 가중되고 있어 긴장감이 팽팽하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자유로운 왕래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사태가 악화하면서 ‘방역 완패’라는 완전히 정반대의 결과에 직면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당혹감이 여지없이 노출되고 있다.
 
마침내 올 1분기 중국 경제의 성적표가 기대 이하인 4.8%로 나타났다. ‘상하이 봉쇄’와 관련한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 2분기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벌써 3% 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중국 정부가 예측하는 올해 5.5% 성장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대세다. ‘제로 코로나’라는 방역 무리수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에 족쇄가 되어 중속에서 저속 성장을 재촉하는 트랙에 들어설 공산이 커지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쳐든다.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중국몽(夢)’이 물거품으로 바뀔 수도 있는 강력한 복병들이 정면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내 정책 수정·변화 불가피, 반면 미국과 맞서는 대외 전략은 당분간 강경 노선 유지
 
시진핑 3기 집권 철학의 기치로 내건 ‘공동부유론’도 휘청거린다.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치적 결단이었지만 이로 인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이를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한 민간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민간에 대한 적대와 감시, 그리고 통제의 부작용이 불거진다. 숨은 뇌관인 지방·기업의 부채와 부동산 버블까지 전면에 노출되면서 갑자기 불어닥친 내우외환과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부동산과 증시의 급락, 빅테크의 감원 열풍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급기야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재 당면하고 있는 장애물들이 너무 견고하여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딜레마다.
 
외부 정세도 중국에 유리하지 않게 돌아간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힘이 분산되면서 중국의 입지가 확대되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비판의 불똥이 중국으로까지 옮겨붙으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반면 미국과 서방의 편에 서려는 국가가 더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공들이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주요 파트너 국가인 파키스탄에 이어 스리랑카·몰디브까지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부채의 덫에 빠져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서 중국에 대한 적대 여론이 들끓는다. 잘못된 정치적 선택이 빚어낸 참담한 결과다.
 
대관식을 앞둔 중국의 초조감이 엿보인다. 민심 수습과 여론 환기를 위한 대내 정책에는 수정과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대외 전략은 정권 유지의 골격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립각은 줄이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신(新)냉전 구도를 만들면서 상대적으로 미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러시아를 비롯한 자원 부국들과의 네트워크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횡포에 대응하고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석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행보에 속도를 붙인다. 자원 전쟁으로 몰고 가면서 중국의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소외감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여하튼 시진핑 3기의 출발이 순항하기보다 난항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경고등이 곳곳에 켜지고 있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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