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내수 강화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한국 대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한때 중국인들 사이에 '고급'으로 통했던 삼성·LG·현대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산업권에서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부터 중국의 추격이 예고돼 있었음에도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배당 규모를 늘리는 등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시각에서다.
◆중국에서 퇴출당하는 국내 대기업 제품···"기술 격차 유지하지 못한 결과"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때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국내 대기업 제품들은 8년 새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013년 중국 시장 1위(점유율 19.7%)였지만 지난해에는 10위(0.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삼성 TV는 6위(7.1%)에서 9위(4.1%)로, LG전자 OLED TV는 1위(94.2%)에서 4위(6.1%)로 순위가 하락했다. 3위를 지키고 있던 현대·기아차는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는 중국 기업 제품 품질이 국내 대기업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결과다. 2010년대 초반까지 하더라도 현격했던 기술·서비스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고 뒷덜미를 잡히는 수준까지 추격당한 것이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한·중 양국 간 글로벌 시장 수출 경쟁에서도 즉각 드러난다. 한국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화학, 일반기계, 자동차, 전기·기계 등이 속한 '중고위기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글로벌 시장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47에서 지난해 0.390으로 높아졌다.
제3국 시장에서 수출 경합이 치열해질 만큼 중국 기업 제품 품질이 개선되고 브랜드 가치가 좋아진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 점유율 추락은 예고된 사태에 가깝다.
◆R&D 비용 10년 동안 2배도 늘지 않아···코로나19에 성급히 R&D 비용 줄여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추격이 사실상 오랫동안 예고돼 왔던 사안임에도 국내 대기업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권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앞서는 기술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해 기술 격차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위기감을 갖고 R&D에 노력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대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201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R&D 투자 비용을 살펴본 결과 대체적으로 10년 동안 2배도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R&D 비용은 2012년 11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2조5954억원으로 10년 동안 9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1조6317억원에서 3조1001억원으로, 삼성전자와 거의 유사한 89.99% 증가 폭을 기록했다. LG전자는 3조873억원에서 3조6045억원으로 16.7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을 따져 봐도 삼성전자가 그나마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 대기업은 그보다 뒤처졌다. 삼성전자 R&D 비율은 2012년 5.9%에서 지난해 8.1%로 2.2%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현대차는 1.9%에서 2.6%로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LG전자는 5.8%에서 4.8%로 오히려 1%포인트 줄였다.
특히 이들 국내 대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지난해 연구개발비 자체를 줄이거나 매출액 대비 비율을 하향 조정한 것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R&D 비용이 2020년 4조335억원에서 지난해 3조6045억원으로 10.64% 줄였다.
현대차도 3조1086억원에서 3조1001억원으로 소폭 줄였다. 삼성전자는 R&D 비용 자체는 21조2210억원에서 22조5954억원으로 6.48% 늘렸으나 이 기간 매출액이 더욱 많이 늘어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9%에서 8.1%로 0.9%포인트 줄었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R&D 투자를 줄인 셈이다.
◆배당 규모는 2.5~8배 늘려···"대응책 고민보다 상황 낙관"
반면 배당 규모는 10년 동안 2.5~8배 늘어나는 등 R&D 비용보다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삼성전자 배당 규모는 2012년 1조2066억원에서 지난해 9조8094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5208억원에서 1조3007억원으로 2.5배, LG전자는 369억원에서 1539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규모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을 살펴봐도 삼성전자는 5.2%에서 25%로 18.8%포인트 급증했다. 현대차도 6.1%에서 26.3%로 20.2% 늘었다. LG전자만 39.9%에서 14.9%로 20%포인트 줄었다. 다만 LG전자는 2019년 배당성향 434.4%를 기록하는 등 대규모 배당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이 중국을 압도할 기술 격차에 집중하지 않았기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통째로 잃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이 중국 기업을 앞서는 기술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중국의 추격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도 대응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상황을 낙관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산업권에서는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부터 중국의 추격이 예고돼 있었음에도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배당 규모를 늘리는 등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는 시각에서다.
◆중국에서 퇴출당하는 국내 대기업 제품···"기술 격차 유지하지 못한 결과"
11일 재계에 따르면 한때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국내 대기업 제품들은 8년 새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013년 중국 시장 1위(점유율 19.7%)였지만 지난해에는 10위(0.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중국 기업 제품 품질이 국내 대기업 수준을 거의 따라잡은 결과다. 2010년대 초반까지 하더라도 현격했던 기술·서비스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고 뒷덜미를 잡히는 수준까지 추격당한 것이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한·중 양국 간 글로벌 시장 수출 경쟁에서도 즉각 드러난다. 한국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화학, 일반기계, 자동차, 전기·기계 등이 속한 '중고위기술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 간 글로벌 시장 수출경합도지수는 2011년 0.347에서 지난해 0.390으로 높아졌다.
제3국 시장에서 수출 경합이 치열해질 만큼 중국 기업 제품 품질이 개선되고 브랜드 가치가 좋아진 것이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 점유율 추락은 예고된 사태에 가깝다.
◆R&D 비용 10년 동안 2배도 늘지 않아···코로나19에 성급히 R&D 비용 줄여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추격이 사실상 오랫동안 예고돼 왔던 사안임에도 국내 대기업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산업권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중국에 앞서는 기술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해 기술 격차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위기감을 갖고 R&D에 노력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대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201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R&D 투자 비용을 살펴본 결과 대체적으로 10년 동안 2배도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R&D 비용은 2012년 11조8924억원에서 지난해 22조5954억원으로 10년 동안 9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1조6317억원에서 3조1001억원으로, 삼성전자와 거의 유사한 89.99% 증가 폭을 기록했다. LG전자는 3조873억원에서 3조6045억원으로 16.7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율을 따져 봐도 삼성전자가 그나마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을 뿐 나머지 대기업은 그보다 뒤처졌다. 삼성전자 R&D 비율은 2012년 5.9%에서 지난해 8.1%로 2.2%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이 기간 현대차는 1.9%에서 2.6%로 0.7%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LG전자는 5.8%에서 4.8%로 오히려 1%포인트 줄였다.
특히 이들 국내 대기업이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지난해 연구개발비 자체를 줄이거나 매출액 대비 비율을 하향 조정한 것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R&D 비용이 2020년 4조335억원에서 지난해 3조6045억원으로 10.64% 줄였다.
현대차도 3조1086억원에서 3조1001억원으로 소폭 줄였다. 삼성전자는 R&D 비용 자체는 21조2210억원에서 22조5954억원으로 6.48% 늘렸으나 이 기간 매출액이 더욱 많이 늘어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9%에서 8.1%로 0.9%포인트 줄었다. 전체적으로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인해 R&D 투자를 줄인 셈이다.
◆배당 규모는 2.5~8배 늘려···"대응책 고민보다 상황 낙관"
반면 배당 규모는 10년 동안 2.5~8배 늘어나는 등 R&D 비용보다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삼성전자 배당 규모는 2012년 1조2066억원에서 지난해 9조8094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5208억원에서 1조3007억원으로 2.5배, LG전자는 369억원에서 1539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 규모 비율을 의미하는 배당성향을 살펴봐도 삼성전자는 5.2%에서 25%로 18.8%포인트 급증했다. 현대차도 6.1%에서 26.3%로 20.2% 늘었다. LG전자만 39.9%에서 14.9%로 20%포인트 줄었다. 다만 LG전자는 2019년 배당성향 434.4%를 기록하는 등 대규모 배당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이 중국을 압도할 기술 격차에 집중하지 않았기에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통째로 잃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기업이 중국 기업을 앞서는 기술 분야를 끊임없이 발굴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중국의 추격에 대한 경고가 있었는데도 대응책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상황을 낙관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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