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데 이어 올해 2년 연속으로 해외법인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며 이미 5000억원을 돌파한 만큼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것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연결기준 농심의 해외법인 매출 합계액은 56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3.3% 증가한 규모다.
현재 농심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중국, 호주, 베트남 등 해외법인 6곳을 두고 있다. 1994년 농심 아메리카법인 설립 이후 2019년 베트남 법인, 2020년 캐나다 법인까지 세우며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농심의 해외법인 매출은 3~4분기에 더 많이 나오는 점을 고려할 때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은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 해외에서 매출 4568억원을 올리면서 연간 해외 매출(8억2700만달러·약 1조1155억원)에서 41% 비중을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 비율(상반기 41%, 하반기 59%)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가정하면 올해 연간 해외법인 총 매출액은 1조2874억원으로 추산된다. 농심의 올해 해외법인 총 매출 목표치인 9억970만 달러(약 1조2272억원)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해외법인 매출 합계액이 1조원을 넘어선다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신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농심 해외법인 연평균 매출 성장률도 2년 연속 해외 매출 1조원 돌파 전망에 힘을 보탠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농심 해외법인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4.4%에 이른다. 최근 들어 매출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8년과 2019년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각각 15.2%, 8%였다. 2020년에는 25.95%나 급증했다.
이 같은 성과는 농심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 결과다. 지난 4월 농심은 미국 제2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미국 내 연간 라면 생산량을 8억5000만개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상반기 미국 법인에서 거둔 매출액은 2526억원으로, 해외법인 전체 매출 중 절반을 넘어섰다. 성장률도 지난해 상반기 매출에 비해 30.2%에 달한다. 캐나다 법인도 같은 기간 매출 4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0.2% 크게 늘었다. 중국 법인 매출도 전년 대비 19% 늘어난 202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농심이 제시한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50% 확대'라는 목표에도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이다. 지난해에 기록한 해외 매출 비중은 42%다. 해외 매출 비중 50%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농심은 우선 북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미국 제2공장 생산량이 늘어난 만큼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와 남미 지역까지 제품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미국 라면시장 2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2020년 농심은 미국에서 22% 점유율로 2위 기업인 닛신(24%)과 점유율 차이를 2%포인트까지 좁혔다.
농심 관계자는 "올해 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K-콘텐츠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높고 그로 인해 라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제품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온·오프라인 판매처도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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