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에 대한 공포심리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등 악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차잔고 주식 잔고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정치권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공매도 전면금지 목소리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대차잔고 주식 수는 20억9206만주로 연중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대차잔고 주식은 지난 9월 26일 20억256만주로 20억주를 돌파한 데 이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 왔다. 대자찬고가 20억주를 넘어선 건 2020년 8월 6일(20억817만주)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대차거래란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 차입기관에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뒤 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차거래 없이 공매도를 할 수 없어 대차거래로 차입한 주식 중 상환하지 않고 남은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 증가와 밀접하다.
실제 공매도 거래금액은 증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준의 매파적 기준금리 인상과 예상치를 넘어선 CPI 발표로 변동성 장세가 나타나던 지난 5월과 6월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합친 평균 공매도 거래 금액은 각각 1조923억원, 1조91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증시가 반등했던 지난 7월과 8월에는 각각 8525억원, 8228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및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9월에는 1조1163억원, 10월 14일 현재까지 1조276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코스피200 공매도 비율은 10%를 상회하면서 2019년 5월과 8월, 2020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하락 쪽으로 시장이 상당히 쏠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과거 공매도 급증 1~3개월 뒤 코스피가 반등했던 경험이 있다”며 “금리 상승 완화와 함께 연말, 연초 주식 매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공매도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따른 시장의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공매도 금지와 관련,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불안이 극대화돼 있는 상태에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어떠한 시장안정 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매도 전면 금지 시 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주식 재매입(쇼트커버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를 보면 2011년과 2020년은 금지 후 반등, 2008년은 금지 후에도 하락을 지속했다”며 “쇼트커버의 수익률 연결 여부도 때마다 달랐지만, 펀더멘털 우려가 덜함에도 공매도와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해당 종목으로는 △LG이노텍 △OCI △GS건설, △SK케미칼 △DL △GKL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JYP Ent. △알테오젠 △파라다이스 등을 제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