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주도권을 두고 격돌 중인 가운데, 웨어러블 기기와 앱에 적용될 인공지능(AI)과 자체 생태계가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 시장은 고령화와 IT기술 발달, 코로나19 발발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블루오션이다.
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1719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9년까지 연평균 8.5% 성장해 258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등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매출 규모는 올해 246억 달러로 2029년까지 연평균 3.5%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대표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에 배터리와 내구성을 강화한 '갤럭시 워치 울트라' 라인업을 추가했다. 애플은 10주년을 기념해 얇고 가벼워진 데다가 신규 컬러를 추가한 '애플 워치 10'을 내놓으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애플(49%) △삼성(15%) △가민(11%) △화웨이 (7%) 등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링 '갤럭시링'을 올해 2024 파리 올림픽에 맞춰 처음 선보이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애플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로 업계에선 애플 워치 판매량 잠식을 우려해 스마트링 시장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차별점으로는 AI 활용과 자체 생태계 형성이 언급되고 있다. 김윤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통계정보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데이터 수집 및 AI 기술 적용에 유리한 IT 및 빅테크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내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영역에서 AI 적용이 활발한 분야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기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웨어러블 기기의 측정 정확도와 사용성 향상을 위해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AI와 머신러닝(ML) 기술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헬스케어 혁신 가속화를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를 공개하며 더 많은 개발자가 센서 기술과 삼성 헬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여기에 리서치 스택 2.0까지 공개해 연구에 활용할 데이터 범위도 확장됐다. 이번 갤럭시워치7에는 수면 무호흡 기능을 최초로 탑재해 AI 알고리즘으로 수면 측정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헬스케어 경험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연동해 운동 강도·심박수·수면 시간 모니터링, 넘어짐 감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애플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해 헬스케어 부문에서 편의성과 사용성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AI 기반 건강 코칭 서비스인 '쿼츠(개발명)' 출시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연동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도 스마트폰처럼 하드웨어 성능 평준화를 맞이할 것이다"라며 "결국 AI를 활용한 생태계 구축 등 소프트웨어 편의성 증대가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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