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불똥이 스마트폰 산업까지 옮겨붙으면서 삼성·LG 부품 계열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의 스마트폰 판매 감소나 가격 인상 등으로 이익률이 악화할 수 있는 탓이다. 미국 통화 정책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환율 불확실성도 높아져 이중고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스마트폰에 25% 관세가 부과된다. 일차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타격을 받겠지만 부품 조달 업체들도 후속타를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을 삼성전자와 애플 등에 공급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공급 등 애플향 매출이 80%에 달한다. 애플 실적이 곧 LG이노텍 실적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각각 삼성전자와 애플에 납품하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민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중소형(스마트폰용)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삼성디스플레이는 90%, LG디스플레이는 55%로 집계됐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애플이 관세 부담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출시하는 아이폰17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가격 인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애플과 비슷한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가격 인상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 후 삼성전자와 애플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아이폰 출하량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2.5%로 내렸고, 삼성전자도 기존 1.7% 증가에서 '성장 없는 정체'로 하향 조정했다.
이즈 리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부국장은 "애플과 삼성의 경우 미국 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크기 때문에 관세가 성장률 조정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추가 악재와 맞닥뜨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약(弱)달러를 유인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이란 전쟁까지 터지면서 환율 추이가 수출 업체에 불리하게 흐르는 양상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부품 업계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 효과를 누린다. 1분기 원·달러 평균환율(주간 종가기준)은 1452.91원이었는데, 이날 환율은 1362.7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도 부품 업계 실적 전망치를 낮추는 추세다. 1분기 고환율 덕분에 '깜짝 흑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17억원 적자다. LG이노텍 역시 비수기와 환율 하락이 겹쳐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보다 38% 낮아진 527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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