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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순매수를 지속하면서다. 개인과 외국인이 증시를 이탈하는 동안 연기금이 사들인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운용 포트폴리오에 따라 추가 매수 여력도 남았다. 일각에선 수급 여건 등을 볼 때 코스피가 올해 3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2012억원을 순매수했다. 34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직전 기록은 2011년 11월 10일부터 32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때다.
증시 회복세가 가파른 올해 들어서는 3조1004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개인은 1조8682억원, 외국인은 1조826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 전체로 보면 1조7174억원을 순매수했다. 증시 상승을 견인한 건 연기금으로 볼 수 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0.61% 상승했다. 전날만 해도 코스피는 5개월 만에 2670선까지 올랐다.
연기금은 증시 안전판으로 인식된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하기 때문에 주가지수의 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연기금은 포트폴리오 배분을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절한다. 투자자산별 비중을 일정 목표로 두고 관리하는데 외국인 이탈로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산 내 국내 주식 비중이 떨어져 이를 목표치 근처로 높이기 위해 매수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연말 국내와 해외 주식 비중 목표를 각각 14.9%, 35.9%로 잡았다. 지난해 목표인 15.4%, 33.0%에 비해 국내는 목표치가 낮아지고 해외는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주식 비중은 11.9%였다. 목표치에 맞춰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금운용 규모 118조3000억원을 3%로 환산할 경우 최소 30조원 이상 2025년까지 연기금 매수 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순매수를 이어가는 동안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주로 사들였다. 삼성전자 8235억원, SK하이닉스 317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1859억원, LG에너지솔루션 1853억원 등 대형주 위주로 매수했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은 그동안 주가가 부진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연기금의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한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자금까지 가담한다면 더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올해 1조4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대거 팔아치웠던 삼성전자도 이달에는 순매수 전환해 1099억원어치를 샀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2025년 코스피 예상치를 2800에서 3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전체로 보더라도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 부근이 바닥이고, 올해 예상이익 기준 10.1배여서 이제 막 밸류에이션 바닥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며 "유동성도 보강되고 있기 때문에 주식 비중은 경기민감주(시클리컬)을 중심으로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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