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다운 좀비기업] ①판타지오 CB, '22번 리픽싱 반복'에 커지는 내부 자금 순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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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5-02-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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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사 인콘에 CB 발행… 인수비 최소화 '꼼수'

  • 전환가액 조정에 유통주식수↑… 투자자 피해 불가피

사진판타지오
[사진=판타지오]
반복적인 리픽싱으로 주가가 고점 대비 80% 이상 급락한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판타지오. 미래아이앤지그룹 계열사인 이 회사는 2022년 발행한 7회차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을 총 22차례나 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CB의 발행 대상이 같은 그룹 계열사인 ㈜인콘으로 확인되면서 자금 순환 출자 의혹이 불거졌다. 미래아이앤지그룹이 자회사에서 CB를 발행한 뒤 이를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도록 해 실제 인수 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판타지오는 7회차 CB(130억원 규모) 전환가액을 550원에서 506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도 236만6363주에서 256만1699주로 늘어나게 됐다. 판타지오는 2023년 이후 거의 매월 7회차 CB의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발표해왔다.
 
판타지오가 22번 리픽싱한 이유는 주가 하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3500원대에 머물렀던 판타지오의 주가는 현재 650원대 동전주로 전락했다. 리픽싱은 전환가액을 주가에 연동해 조정함으로써 CB 투자자들을 주가하락 리스크로부터 보호해주는 장치다.
 
리픽싱을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판타지오 관계자는 "판타지오의 주가는 회사의 실적이나 호재성 이벤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회사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항상 전하고 있지만 솔직히 주주분들께 큰 힘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전환가액이 빈번하게 조정되면 피해가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면 주식 전환 물량이 증가하고, 따라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난다.

기존 주주에게는 할인된 가격으로 받은 전환사채 물량이 급증하며 주가 하락의 악재로 작용한다.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조금이라도 더 오르면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판타지오 주가는 중국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대한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하며 656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환가액인 506원을 넘어섰다.
 
판타지오의 7회차 CB의 발행 대상이 같은 그룹 계열사인 인콘이라는 점 역시 의문을 남긴다. 미래아이앤지그룹은 남궁견 회장이 지주사 격인 남산물산 지분을 97.98% 보유하고 남산물산에서 미래아이엔지→판타지오→케이바이오→인콘→휴마시스→빌리언스→경남제약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인콘이 CB 발행 대상자로 참여해 판타지오에 13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으며, 그 중 90억원이 판타지오의 지배회사인 미래아이앤지의 채무 상환에 사용됐다. 인콘→판타지오→미래아이앤지 출자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에 미래아이앤지그룹이 지갑에서 실제로 나가는 비용은 0원이 된다.
 
판타지오 관계자는 "내부 자금 순환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점은 인정하지만 공시에서 밝힌 내용 외에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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