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②]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문방구는 생각의 놀이터" — 문구왕이 말하는 삶과 기록, 그리고 애정"

문방구는 단지 물건을 파는 공간일까? 볼펜 하나, 지우개 하나에 담긴 이야기까지 상상해본 적 있는가? 오늘 만나는 이에게 문방구는 단순한 상점이 아니라, 삶을 바꾸고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자, 한 사람의 열정과 철학이 쌓인 시간의 기록이다.

세 차례나 '문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일본 문구업계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이력의 주인공. 그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문구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보고, ‘이건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재미있게도 그런 그의 상상은 실제 제작자들의 의도와 맞아떨어질 때가 많다고 한다. 문구를 대하는 그의 시선은 남다르다.

그의 문구 사랑은 단순한 취미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노트를 만지작거리며 선생님의 칭찬을 기다리던 아이는, 어느새 일본 문구 문화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50만 엔의 상금으로 책을 내고, 그 책과 사람들의 인연을 따라 문구회사 ‘산스타’에 취업해 10년을 일했다.

그의 저서 『문방구어 사전』은 우리가 자주 쓰면서도 잘 모르는 문방구 속 단어들을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단어 하나하나에 담긴 기능과 배경을 짚어가며, ‘문방구’라는 세계의 깊이를 탐험하게 만든다. 이 사전을 통해 우리는 문구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남기기 위한 매개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는 왜 우리가 문구에 애정을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자기가 죽더라도 써놓으면 후세에 남기는 거다.” 기록하고 남긴다는 행위, 바로 그 의미가 문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 전 세계 문방구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문방구들이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이유가 있다. 종이의 발달, 얇은 펜 기술, 그리고 서민들이 쉽게 문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문방구 문화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긴자의 ‘이토야’, 도쿄역의 ‘마루젠’, 그리고 ‘도쿄핸즈’, ‘세카이도’와 같은 명소들은 여전히 문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성지처럼 남아 있다.

그는 말한다. 문구는 단지 기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겁고 창의적인 발상’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문방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물건을 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영감을 주는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먼저 즐거워야 하며, 쓰는 기쁨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구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싸고 좋은 문구가 많은 시대다. 그냥 사지 말고, 생각을 담아 사면 더 좋다. 전 세계 문구 애호가들과 소통하며, 그 안에서 더 많은 즐거움과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

작고 소박한 문구 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오늘 이 인터뷰는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는 시간이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사진 김호이 기자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 [사진= 김호이 기자]


사람들이 모르는 문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나
-문구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는 이걸 왜 만들고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한다. 그 제품을 만든 사람들을 만나면 제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할 때가 많다. 문구들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


일본에서 추천 하고 싶은 문구점들이 있나
-긴자에 있는 이토야와 도쿄역 인근에 있는 마루젠, 도쿄 핸즈, 세계당 세카이도를 추천 하고 싶다.


문방구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람이 쓰거나 생각하거나 알려주기 위해서 쓰는 도구다.

우리는 왜 문구에 애정을 느끼는 걸까
-자기가 죽더라도 써놓으면 후세에 남기는 거다. 기록해서 남기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애정을 느끼는 거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전세계적으로 문방구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일본 문구점들은 흥행을 하는 건가
-중국에서 종이가 발명됐는데 일본이 유럽보다 빨리 종이가 전달됐다. 기후가 종이를 만드는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이라서 서민들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기록하는게 발달됐다. 일본은 새로운 걸 만들면 싼 것부터 만들어서 서민들이 사용하기가 좋아서 문방구가 발달된거다. 일본이 한자를 써서 얇은 펜을 만드는 기술이 발달됐다.


문구를 고르는 기준이 있나
-문방구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내가 사용해서 즐거운가가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문방구들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방구를 이용하면서 즐거워야 되고 영감이 떠올라야된다. 단순히 기록하는 건 스마트폰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고 창조적인 발상을 도와줄 수 있어야 된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문방구를 운영하는 대표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문방구 업체 사장님들이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야된다. 지금처럼 단순히 물건만 팔면 안된다. 쓰는 사람이 즐거워야된다. 주변 사람들이 미리 써보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문구를 좋아하는 이 세상 모든 문구인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문구들이 싸고 좋은게 많은 좋은 시기다. 그냥 사기만 하지 말고 생각을 많이 해보고 샀으면 한다. 인터넷과 SNS가 잘 발달 되어 있으니까 전세계에 있는 문구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활발하게 소통하면 좋겠다.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와 사진 김호이 기자
문구왕 타카바타케 마사유키와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