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①] "기영이, 기철이, 그리고 땡구 — 검정고무신 이우진 작가가 기억한 그 시절"

골목길 흙먼지를 일으키며 뛰어가던 아이들, 발끝엔 언제나 검정 고무신이 있었다.

그 신발은 단지 신발이 아니라, 한 시절의 기억이었고, 정서였고, 삶이었다. 만화《검정고무신》은 바로 그런 한국의 보통 가족과 아이들의 웃음과 눈물,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우진 작가는 형 이우영 작가의 바통을 이어 기영이와 기철이의 세상을 3년간 따뜻하게 그려냈고, 지금도 그 시절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땡구처럼, 때론 예정에 없던 이야기들이 더 큰 사랑을 받기도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어떻게 《검정고무신》을 함께하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시대를 복원해냈는지, 그리고 지금의 만화가로서 어떤 고민과 기억을 품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이우진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우진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검정고무신을 그리게 됐나

-이우영 작가가 대원 챔프에서 1992년 4월부터 연재를 시작 했다. 연재 시작 후 군대 영장이 나왔고 한 회라도 더 그려놓고 입대 하려고 무단한 노력을 했다. 같은 해 12월에 입대를 했다. 1992년 12월부터 연재을 이어받아 시작하게 됐다. 연재 당시 이름을 이우진으로 바꿔서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으나 굳이 형제끼리 그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고 저는 team 이우영 개념으로 생각하고 연재 하겠다는 의견을 말한 후에 3년 가까이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들어가며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단행본으로는 1권 중후반부터 8권 초반까지의 분량이다. 그 후 제가 입대를 하였고 다시 이우영 작가가 연재를 하여 45권 분량까지 만들어 냈다. 그 후 저도 전역 후 검정고무신 외전 개념으로 수많은 책을 만들어냈다.

 
《검정고무신》은 1960~70년대 한국의 서민가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그 시대 배경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당시 대원챔프 이사님께서 그 시절 배경의 만화를 만들자고 재안하셨고 글 작가 섭외 후 이우영 작가와 합작을 시작하게 됐다.
 
스토리나 대사에서 특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
- 제가 연재 할 당시나 단행본을 만들던 당시에는 콘티에 없는 대사나 내용을 살짝 바꿔서 재미에 좀 더 치중을 뒀다. 애드리브에 많은 중점을 뒀고 만화는 어떤 방식으로 던 간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바뀌지 않은 저의 만화관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그 시대 아이들의 ‘정서’나 ‘놀이문화’를 어떻게 재현하셨는지도 궁금하다
- 1974년생인 저는 경제나 어떤 놀이문화가 아주 옛날이랑 크게 변하지 않은 세대였기 때문에 겪은 것들이 나름 많아서 딱히 어렵지 않았다.
진짜 모르겠는 것들은 취재를 하기도 하고 옛날 자료들을 많이 스크랩 해놓고 찾아보기도 했다.
 
검정고무신 외에도 작업한 다른 작품이 있나
- 만화가는 독자가 원한다면 작업을 하는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인 책도 내고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수십 편의 연재 및 수많은 책을 만들어 냈다.
 
다른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검정고무신은 그렇지 않다. 검정고무신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는 뭔가
-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시대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 생각 한다.
 
이우진 작가가 생각하는 검정고무신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이유도 궁금하다
- 옴니버스 단편 만화이기 때문에 각 회마다 얘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다르긴 하지만 기영이 기철이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변하자 않는다. 하지만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콘티에도 없었던 제가 직접 만들어낸 강아지 땡구가 인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기영이와 기철이 캐릭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셨나
-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작가의 경험과 주변 인물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작품에 녹아들기 마련이다. 그건 저 말고도 다른 작가님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서 검정고무신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가족끼리 앉아서 같이 볼 수 있고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긴 시간 동안 연재하면서 힘들었던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 언제였나
- 욕심을 버리고 작업하는 게 나름 힘들었다. 더 많이 더 잘 그리고 싶은 그런 욕심이 많이 들었지만 그림 특성상 뺄셈의 미학도 중요한 작품이었기에 많이 내려놓고 작업하기가 어린 날 욕심에는 나름 힘든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우영 작가에게 이어받아 첫 회를 작업 할 때는 너무 안 풀려서 긴긴밤을 한숨으로 보냈던 기억도 난다.
 
 

이우진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우진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우진 작가의 창작 루틴이나 아이디어 수집 방법이 있나
- 메모와 다상이다. 메모는 게을러서 써야지 하다가 잊어버릴 때가 대부분이지만 상상은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혼자 피식 웃어서 주변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기도 한다.
 
이우진 작가의 어린시절이 궁금하다.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나
- 긍정적이고 밝고 붙임성 있어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항상 제 옆에는 형 이우영 작가가 있었고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제 친구들과 형도 정말 친한 사이였다.
 
 

이우진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이우진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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