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2단계 평가는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실전성과 국가 차원의 기술 통제력을 가려내는 단계로 전환된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구조적 독창성과 추론 비용, 현장 활용성, 확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단계 평가의 핵심 잣대 중 하나로 ‘구조적 독창성’이 꼽힌다. 1단계가 외부 모델의 개입 없이 독자 모델을 만들었는지 검증했다면, 2단계는 설계도 격인 아키텍처의 창의성을 본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가 구축한 아키텍처 위에 데이터만 얹는 식으로는 기술 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가 직접 모델의 구조적 변형을 주도하고 설계 역량을 내재화해야만, 비로소 글로벌 시장이 인정하는 원천 기술력을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기술 자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의 핵심으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극찬을 받은 딥시크의 ‘멀티 헤드 레이턴트 어텐션(MLA)’처럼 연산 효율을 극대화한 독자적 구조가 거론된다.또 기존 모델의 강점을 살려 효율적으로 깊이를 확장한 업스테이지의 대표 기술인 ‘깊이 확장 스케일링(DUS)’ 역시 주요 평가 요소로 언급된다.정부는 단순한 학습 데이터의 양이나 파라미터 크기라는 외형적 규모보다, 아키텍처(설계도) 차원의 근본적인 혁신이 있었는지를 집중 검토할 방침이다.
당락을 가를 핵심 지표로 추론 비용도 급부상하고 있다. 성능이 뛰어나도 전기 요금과 서버 비용이 감당 불가능하면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가가 운영할 모델은 운영상의 추론 비용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며 “지표상의 점수라는 연구실 성과에 그치지 않고, 공공과 산업 현장에서 즉시 효용을 발휘할 수 있는 실전형 AI를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을 ‘아이 키우기’에 비유한다. 모델을 직접 키워봐야 버전별 변화 과정이 기록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즉시 파악해 수정할 수 있는 기술적 통제권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로 베이스에서 가중치 값을 직접 결정하며 모델을 키우는 것은 독자 기술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필수 요건”이라며 “이 과정을 거쳐야 문제가 생겼을 때 모델의 내부를 열어보고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진정한 실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가 독자 AI 모델을 중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방과 안보에 있다. 국방이나 무기 체계에 AI가 도입됐을 때, 미국이나 중국 기업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정책을 바꾸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관계자는 “국방과 안보 영역은 우리가 직접 통제하고 고칠 수 있는 ‘우리 아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산업 분야는 시장의 선택에 맡기되, 국가 안보와 직결된 영역은 국가가 육성한 독자 모델을 우선 고려하겠다는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글로벌 전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국내용 모델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겨냥한 소버린 AI 수출을 구상 중이다. 미국이나 중국 모델 대신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과 개발 방법론을 제공하고, 현지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 ‘우리 모델만 쓰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사우디 등 제3국에 모델과 만드는 법을 모두 줄 테니 데이터는 당신들이 직접 학습시키라고 제안하는 기술 파트너십이야말로 한국형 AI가 글로벌로 나가는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은 사실상 연구 과제를 넘어 실전형 국가 자산 선별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점수 높은 모델을 뽑는 경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자주권을 지킬 국가 핵심 인프라를 선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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