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취직하면 초봉이 9억 동입니다.”
베트남 하노이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서울대 공과대학 설명회에서 이 한마디는 단순한 연봉 정보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산업과 공학의 현실적인 매력, 그리고 동시에 한국 사회가 직면한 인재 구조의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였다. 한국 학생들은 의대로 몰리고, 한국의 공대는 베트남의 최상위 인재들을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하노이와 호찌민을 누비며 ‘삼고초려’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에서 공학 인재 풀이 급속히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의대 쏠림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안정성, 소득, 사회적 평가가 한 방향으로 수렴된 결과다. 젊은 인재들이 그 길을 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선택의 집합이 국가 경쟁력의 구조적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는 옳은 선택이다. 미국 과학기술 패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답은 명확하다. 실리콘밸리와 주요 연구소를 떠받쳐 온 인재 상당수는 인도, 중국, 동유럽 출신이었다. 국적은 달라도 연구 성과와 산업의 결실은 미국의 것이 됐다. 개방성과 흡수력이 기술 패권의 핵심이었다. 한국이 같은 길을 모색하는 것은 늦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다.
서울대 공대의 ‘EXCEL 프로젝트’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발도상국의 초우수 공학 인재를 선발해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하고, 한국 산업과 연결하려는 시도는 교육 정책을 넘어 산업 전략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다. 글로벌 인재가 한국에서 배우고 연구하며, 나아가 한국에 남아 기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해외 인재 유치는 해법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국내 인재가 다시 공대로 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공학을 선택해도 미래가 보인다는 신호, 연구와 산업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구조,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없다면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해외 인재 유치가 ‘수혈’이라면, 국내 공학 생태계 복원은 ‘체질 개선’이다.
기본은 분명하다. 국가의 기술 경쟁력은 몇몇 스타 기업이나 단기 성과로 유지되지 않는다. 꾸준히 사람을 키우고, 그 인재가 머물 공간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 의대 쏠림을 도덕의 문제로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학을 외면한 사회는 결국 의료 서비스조차 지속하기 어렵다. 기술이 없는 복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경을 넘는 공학 인재의 이동은 시대의 흐름이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국내 인재가 다시 공학을 선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조건을 회복하는 것이다. 해외 인재와 국내 인재가 함께 연구하고 경쟁하는 공대, 그곳에서 산업의 미래는 다시 시작돼야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이 붙들어야 할 기본이고, 원칙이며,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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