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차에 접어든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책 현안에 대한 직접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자주국방, 에너지, 인공지능(AI)까지 국정의 핵심 의제가 대통령의 SNS를 통해 빠르게 제시되며, 국정 소통 방식의 변화가 분명해졌다. 이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정책 방향과 문제의식을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려는 통치 방식의 전환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세계적으로도 낯설지 않다. 미국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시기 라디오 ‘노변 담화(Fireside Chats)’를 통해 비공식적 형식으로 정책의 취지와 방향을 설명하며 국민의 불안을 다독였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연금 개혁과 안보 현안에서 SNS와 영상 메시지를 활용해 여론의 반응을 살피고 정책 보완의 참고 자료로 삼아왔다. 디지털 환경에서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표준이 되고 있다.
SNS 직접 소통의 대표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사실상의 국정 브리핑 창구로 활용하며 외교·경제·안보 현안을 즉각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이는 지지층 결집과 의제 선점에는 효과적이었지만, 동시에 시장 변동성 확대, 외교적 오해, 행정 혼선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트럼프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SNS 사용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메시지 이후 이를 제도와 정책으로 어떻게 관리했는가가 국정의 안정성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논점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빠른 메시지가 곧 즉흥적 결정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정책은 공개 이전에 이미 상당한 내부 검토와 토론을 거친 경우가 많다. SNS는 그 결과를 가장 신속하게 전달하는 통로일 뿐이다. 디지털 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속도와 숙의가 병행되는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대통령 발언의 성격 역시 현실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공개 발언은 본질적으로 정책적 의미를 띤다. 동시에 그것이 곧바로 최종 결정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말한 것처럼, 정치의 핵심은 신념의 표현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책임에 있다. 말은 방향을 제시하되, 제도와 정책으로 완결되는 과정에서 책임이 검증된다.
SNS는 정책의 종착지가 아니라 형성 과정의 한 지점이 될 수 있다. 여론의 반응을 점검하고 예상치 못한 파장을 확인하며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은 현대 행정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일률적으로 혼선으로만 규정한다면, 정부는 민심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는 창을 스스로 닫게 된다.
물론 직접 소통이 늘어날수록 제도적 보완은 필수다. 메시지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경로, 발언과 법·제도 사이의 간극을 설명하는 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고대 로마의 격언처럼 “말은 날아가고, 기록은 남는다(Verba volant, scripta manent)”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빠른 말이 책임 있는 제도로 정착될 때, 소통은 국정의 신뢰로 이어진다.
디지털 시대의 국정 운영은 침묵보다 설명을 요구한다. 동시에 설명은 절제와 구조를 동반해야 한다. 대통령의 SNS는 가벼운 정치의 상징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예고하고 국민의 반응을 국정에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말의 빈도가 아니라, 그 말이 어떻게 정책으로 수렴되고 책임으로 귀결되는가다.
국정의 무게는 메시지의 속도가 아니라 결과의 신뢰에서 결정된다. 기본과 원칙은 여전히 그 지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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