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10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노조 측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 은행장이 임명된 지 19일이 지나도록 노조 측 반발에 막혀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 노조가 행장 출근을 저지한 것은 관례적으로 반복돼 왔으나 이번 기업은행 노조는 "금융당국과 시간외수당 해법을 찾아오라"며 장 행장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출구 없는 대립에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업무공백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장 행장은 10일 오전 8시 35분쯤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도착했지만 건물 출입문을 가로막은 기업은행 노조원들과 5분간 대치하다 결국 발길을 돌렸다.
노조원들은 "총액인건비제 예외에 대한 답을 가져올 때까지 오지 말라"고 소리쳤다. 노조 측은 총액인건비제로 인해 시간외근무 수당이 보상 휴가로 대체됐지만 이를 실제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임금체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와 780억원 규모 미지급 수당을 장기 분할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노조 측은 "왜 배당은 일시에 받아가면서 직원들 시간외근무 보상은 나눠 줘야 하느냐"며 반대했다.
이에 장 행장은 "(총액인건비 문제가) 대통령이 지시한 사안이고 저 역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라며 "소통해서 빠르게 해결할 테니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장 행장은 발걸음을 되돌리면서 기자들에게 "기업은행 특수성을 감안해 총액인건비 예외승인을 허용해 달라고 금융위 측에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고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출근 저지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어 정상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부와 협상할 수 있도록 노조 측에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장민영 기업은행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기업은행 노조의 신임 행장 출근 저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중은행에 비해 복지가 미흡하고 낙하산 인사가 은행장에 임명된다는 이유로 역대 은행장은 '은행장 선임→노동조합 반대→노사 양측 타협'이란 비슷한 전철을 밟아 왔다.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2020년 취임 이후 임원 선출의 투명성과 희망퇴직 재개, 인병 휴직 기간 탄력 운영 등을 노조와 약속하며 무려 27일 만에 본사 집무실 입성에 성공했다. 2022년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행장 후보에 오르자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했다. 이후 이 같은 반발을 고려해 내부 출신인 김성태 전 기업은행장이 최종 선임됐다. 김종창 전 행장, 윤용로 전 행장 등 외부 출신이 선임될 때에도 낙하산 출신에 대한 출근 저지는 계속됐다.
설 연휴 전인 이번 주까지 노사 간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면 장 은행장은 역대 최장 출근 저지 기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 수장의 업무공백이 길어질수록 노사 모두 패자가 될 거란 우려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첨단전략산업 등에서 기업은행 역할이 무엇보다 크다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대규모 펀드 투자 등과 같은 결정은 실무자들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어 장 행장의 정상적인 경영 복귀가 시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