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과 후생노동성은 9일, 지난해 일본의 대외 경제 성적표와 노동자들의 임금 실태를 보여주는 2025년 연간 통계를 각각 발표했다.
재무성의 ‘2025년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해외와의 종합적인 거래 상황을 나타내는 경상수지는 31조 8799억 엔(약 298조566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1% 증가한 수치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흑자 확대는 상품 수출 중심의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투자 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수익인 ‘제1차 소득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인 41조 5903억 엔을 기록한 결과다.
반면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2025년 매월 근로통계조사’에서는 국가적 흑자가 가계의 실제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괴리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근로자 1인당 평균 명목임금(현금급여 총액)은 전년보다 2.3% 늘어난 35만 5919엔으로 집계되며 1992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전년 대비 1.3% 감소하며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3.7%에 달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인상분을 상회했기 때문이며, 특히 쌀값(67.5%)을 비롯한 식료품 물가가 6.8% 치솟으며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켰다.
업종별 임금 격차와 낮은 생산성도 실질임금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제조업 명목임금은 4.3%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으나, 내수 산업인 음식 서비스(2.0%)는 상승 폭이 둔화됐고 운수·우편업(-1.8%)은 오히려 임금이 하락했다. 일본 싱크탱크인 다이와종합연구소(大和総研) 분석에 따르면 숙박·음식 및 운수업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60~8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디지털화 지연 등으로 인해 최근 5년간 생산성이 연율 0.8~1.8% 하락하는 추세다.
또한 노동 공급의 구조적 제약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노동력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7000만 명을 넘어섰으나, 전체 실노동 시간은 오히려 1.4% 감소했다. 이는 이른바 ‘103만 엔·130만 엔의 벽’으로 불리는 제도적 한계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정 소득 이상 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것과 유사하게, 일본 근로자들은 사회보험료 부담이나 부양가족 공제 혜택 소멸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취업 조정’을 택하고 있다. 특히 시급은 올랐지만 공제 기준액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총선에서 해당 기준액의 대폭 상향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기업의 글로벌 수익이 국내의 고용과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의 이러한 ‘탈동조화’는 해외 투자를 확대 중인 한국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투자 환경의 개선과 생산성 제고가 뒷받침되지 않는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 개개인의 실질 소득 증대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실질임금 하락세를 멈춰야 하는 다카이치 내각의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12월 실질임금이 계산 방식에 따라 0.3% 소폭 상승으로 나타나기도 했으나, 연간 단위의 마이너스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공급 측면 성장 전략과 일본은행의 금리 정책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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