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6·3 지방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은행권이 ‘입후보자 모시기’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증시 ‘불장’ 여파로 은행 곳간이 비어가는 상황 속 수조원대 규모 선거 자금 유치로 수신 기반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후보자가 많은 지방선거 특성상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 확보는 물론 후원금 모집 과정에서의 브랜드 홍보 효과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다.
한 달 만에 24.8조 급감…銀 “곳간 어떻게 채우나”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51조53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674조84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22조4705억원 급감한 것이다. 2024년 5월(29조1395억원) 이후 1년 반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일반적으로 요구불예금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으로, 유동성이 크다.
요구불예금과 더불어 정기예금 잔액 역시 큰 폭 줄었다. 지난해 말 939조2863억원이었던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올 1월 말 기준 936조8730억원으로 2조413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엔 통상 대부분 정기예금 만기가 연말에 집중되는 특성상 한 달 새 32조원 넘는 잔액이 급감하기도 했는데, 새해 들어서도 자금 이탈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수신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 계속되자, 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정기예금 등이 줄면 결국 더 높은 비용을 써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 비용 부담이 커지는 건 물론 ‘곳간’을 채울 안정적인 수신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의 활황이 계속되며 은행의 수신 확보 환경은 더 악화됐다. 은행 예금 금리 하락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동시에 증시 ‘불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게 된 탓이다. 실제 코스피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지난 4일엔 처음으로 코스피 지수가 5370선을 넘으며 거래를 마쳤다.
“6·3 지방선거 후보 잡아라”…전용 상품 출시·혜택↑
이에 은행들은 오는 6월 열리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곳간을 채울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지방선거는 다른 선거와 달리 입후보자가 많은 만큼 선거 자금 규모도 크다. 정치자금법상 입후보자는 신고된 예금계좌를 통해서만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관리해야 해 은행 입장에선 선거 기간 내내 거액의 자금을 묶어둘 수 있는 ‘락인(Lock-in) 효과’가 생긴다.
입후보자 1명만 고객이 되어도 최대 수십억원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시·도지사 △교육감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군수·군의원 등 선거 종류에 따라 제한액이 다른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비용 제한액이 가장 큰 경기도지사는 1인당 제한액이 49억4500만원에 달한다. 이어 시·도지사와 교육감 선거는 평균 제한액이 15억8700만원, 기초단체장 선거는 평균 1억8400만원 수준이다. 은행들이 6·3 지방선거 특수를 노리는 이유다.
실제 부산은행은 가장 먼저 지난 3일 입후보자 전용 입출금 통장 ‘당선드림통장’을 출시했다. 가입 대상은 공직선거 입후보자 본인이나 입후보자가 지정한 회계 책임자,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입후보자 후원회 등이다. 가입 금액엔 제한이 없으며 선거 기간 전후로 각종 금융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면제 대상 수수료는 인터넷·폰·모바일뱅킹 이체 수수료, 자동화기기 출금 및 이체 수수료, 창구 송금 수수료, 사고 신고 및 증서 재발급 수수료 등이다.
다른 은행도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거나, 기존 상품의 혜택을 강화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일부터 기존 선거 자금 통장 ‘오필승통장’을 이용하면 금융 수수료 면제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혜택을 넓혔다. 이번에 확대한 혜택의 서비스 기간은 오는 8월 2일까지다. 창구 내 송금 수수료, 자동화기기 출금 및 타행 이체 수수료, 인터넷·스마트뱅킹 타행 이체 수수료 등을 면제해 준다.
우리은행도 지난 3일 정기보통예금 상품인 ‘당선기원통장’을 출시했는데, 오는 6월 2일까지 한시 판매한다. 또 KB국민은행은 2월 말경 ‘당선통장’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여기엔 각종 수수료 면제 혜택이 포함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3월 초부터 오는 6월 3일까지 ‘한마음 당선 기원 통장’이란 이름의 입후보자 전용 상품을 한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라도 큰 자금이 왔다 갔다 하며 어쨌든 저원가성 예금을 대거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그게 아니더라도 나중에 해당 입후보자가 잘되면 홍보 효과도 있고, 선거 과정에서 신규 고객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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