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정치권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관련 법안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대법원이 “헌법 개정 없이 입법만으로는 도입할 수 없다”는 공식 반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36쪽 분량의 의견서를 국회에 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재판소원 도입을 골자로 한 법안을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헌법 제101조를 근거로 들었다. 헌법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를 들어 “헌법은 재판에 대한 불복을 대법원에서 종결하도록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며 “입법만으로 대법원을 넘어선 불복 절차를 창설하는 것은 헌법 체계에 반한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의 정책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현행 헌법 구조에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적 측면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가 돼 재판의 반복과 장기화를 초래하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법원 판단이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며 “재판의 실질적 종결만 늦추는 고비용·저효율 제도”라고 평가했다. 상당수 사건이 사전심사 단계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정치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일부 사건에 한정될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헌재와의 권한 구조 문제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우리 헌법이 ‘제5장 법원’과 ‘제6장 헌법재판소’를 병렬적으로 규정해 두 기관의 권한을 수평적으로 분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처럼 헌법재판소가 최고사법기관 지위를 갖는 구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헌재가 과거 전원재판부 결정에서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현행 규정을 합헌으로 본 점도 언급했다.
법안에 포함된 확정판결 효력정지 가처분 허용 조항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대법원은 확정판결을 가처분으로 정지시키는 구조가 법적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선거범죄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경우 재판소원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해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는지, 형사 확정판결로 수형 중인 피고인이 가처분 결정에 따라 석방돼야 하는지 등이 새로운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소원이 소송 지연 전략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패소 당사자가 재판소원과 가처분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판결 효력을 유동화할 경우 사법 체계 전반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재판소원 도입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제도 신설 여부를 넘어,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 관계, 최종심 구조, 확정판결의 안정성이라는 헌법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의 입법 속도전 속에서 사법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건 만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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