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불안을 촉발시켰던 부동산시장의 버블 현상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이 전세계적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범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집값 버블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세계의 집값은 가파른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요 20대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지난 7월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발표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미 20대 도시의 7월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6.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에 비해 주택가격이 하락한 도시는 13개에 달해 6월의 11개보다 증가했고 1년전과 비교하면 20대 도시 집값이 모두 하락세를 주도했다. 미국 라스베거스의 집값은 30%, 피닉스는 29%나 떨어졌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24일 발표한 8월 기존주택판매(계절조정치)는 연율 491만채로 전월의 502만채에 비해 2.2% 감소했다.
주택가격도 중간값 기준으로 20만3100만 달러로 1년전의 22만4400달러에 비해 9.5% 하락했다.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모기지 부실과 주택압류 사태를 불러와 금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드는 데다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미 상원에서는 구제금융법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부동산시장 회복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도 부동시장의 버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영국의 주택가격은 지난달 1.7% 하락해 1991년 이후 연간 최고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주택 한 채당 평균 가격도 16만1797 파운드로 떨어져 200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택 가격이 11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지난 여름부터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탈리아 역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거래가 전년 동기대비 14% 감소했다.
특히 비첸차나 라스페치아시(-30%), 토리노(-23%)등의 대도시 등지에서 거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부동산 시장도 침체국면에 접어들었다.
호주중앙은행(RBA)이 25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부동산가격이 급등했던 2000년대 초반에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부동산 구입에 나섰던 호주인들이 상환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부동산 소유자들의 담보대출 90일 이상 미상환 비율이 지난 4년간 4배가까이 증가했다.
또 RBA는 담보대출 90일 이상 미상환 대출자는 지난해 1만5000명에서 2000명이 늘어난 1만7000명으로 1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도시 상하이·베이징을 중심으로 집값 급락이 가속화되고 있어 버블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전의 고급 아파트는 1년 새 50~60% 하락했으며 담보대출을 상환하는 것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중국 은행들이 비상사태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하지밍(哈繼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부동산시장에서 지난 수년간 거품이 부풀려져 왔다"면서 "2008년 주요 도시의 가구당 월 평균소득은 6453위안으로 현재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이들이 매달 은행에 갚아야하는 대출상환금은 전체 소득의 7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 60%의 월소득 9311위안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월 대출상환금이 전체 소득의 54%에 달해 부동산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있다"면서 "중국의 부동산 거품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통화정책을 계속 긴축으로 유지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나중에 경제에 엄중한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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