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되자 경기바닥론이 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처음으로 경기개선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3개월 연속 사용해온 ‘경기위축’이라는 용어도 뺐다. 재정부 차관은 -2%인 올해 성장전망치를 높일 가능성을 밝혀 낙관론에 불을 붙이고 있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린 런던에서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회복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 내 낙관론의 가장 큰 근거는 최근 일부 경기 관련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2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핵심 지표인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6.8% 증가했고 경기선행지수도 14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무역수지 역시 3월 46억1000만달러 혹자를 달성해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미 다우존스 지수가 3월 이후 18.0% 올랐고, 같은 기간 영국(13.8%) 중국(15.9%) 일본(19.8%) 러시아(36.1%)의 대표지수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하면서 2%포인트 정도 연간 성장률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가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연말만 해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라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2011년까지도 후퇴할지 모른다는 ‘L자형 경기침체’의 공포가 지배적이었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경기 저점을 논하고 있다.
또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심화됐던 자금경색도 이제는 돈을 너무 많이 풀어 초래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체감 온도도 올라가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나올 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바닥이라고 하기엔 다소 성급해 보인다.
경기 지표들이 전달에 비해서는 증가세로 돌아섰다지만, 1년 전과 비교(전년 동월비)하면 여전히 감소세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수출은 플러스 전환이 아직 요원해 보인다. 무역수지 흑자 기조는 수출 호조 덕이 아니라 수입 감소세에 따른 ‘불황형 흑자’ 때문이다. 환율효과가 꺼지고 수출 증가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무역흑자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기 호전을 예고하는 설비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소비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고용시장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100조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금고에 보관만 하고 있다. 결코 고무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자동차 파산, 동유럽 외채 문제 등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해외 악재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경제는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 기업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경기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근거없는 비관론도 피해야 하지만 섣부른 낙관론은 더 경계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경기부양책 등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경기회복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경제심리를 더욱 호전시키고 경기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일 것이다.
꽃 한 송이 피었다고 바로 봄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