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베트남이 전략 광물 '텅스텐'의 대체 공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제한 강화와 서방의 견제가 맞물리며 베트남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에 따르면, 텅스텐 가격은 1톤당 630달러(약 86만8500원)까지 치솟으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텅스텐은 단단하고 열에 강해 전도성이 뛰어나다. 특히 절단재와 초경 도구, 산업 전자, 국방,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풍력 터빈 등 첨단 산업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량이다.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상황으로 중국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해 상반기 중국의 텅스텐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 줄었다. 여기에 미국은 중국산 텅스텐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러시아, 이란, 북한으로부터의 수입도 막히면서 공급난이 심해졌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는 텅스텐 원료인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 가격이 급등했다. 베트남 증권사 비엣캡 보고서에 따르면 APT 가격은 현재 톤당 약 630달러로 마산 하이테크 머티리얼즈(MSR)의 지난해 평균 가격인 318달러/MTU의 두 배 수준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장기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채굴부터 정제까지 통합 가치사슬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수익성 확대의 기회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 유럽, 일본 기업들은 중국을 대신할 공급처로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연간 3400톤의 텅스텐을 생산하며 세계 2위 생산국에 올랐다. 특히 MSR이 보유한 타이응우엔성의 누이파오(Nui Phao) 광산은 중국 외 지역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히며 베트남 텅스텐 산업의 중심에 서 있다. MSR은 채굴부터 정제까지 통합 가치사슬을 갖춘 기업으로 베트남에서 광물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 역시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광물 마스터플랜'과 '2050년 비전'을 수립했으며 올해 7월에는 개정된 지질 및 광물법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채굴 환경을 마련하고 국제 가치사슬 참여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텅스텐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재생에너지,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중국의 수출 규제가 쉽게 완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핵심 원자재법'은 특정 국가 의존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 베트남의 역할은 더 커질 전망이다. MSR 관계자는 "누이파오 광산은 20년 이상 생산이 가능한 매장량을 갖췄다"며 "체계적 운영으로 중국 외 지역에서 신뢰받는 공급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텅스텐 가격은 경기 흐름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고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국제 고객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이 강화되면서 친환경 채굴과 지역 사회 상생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비용 효율성과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며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기보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기술 혁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MSR의 모회사 마산그룹은 베트남 대표 대기업으로 소비재, 육류, 유통, 커피·차, 고급 광물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한다. 마산 컨슈머(진수, 오마치 등)와 마산 미트라이프, 윈커머스(윈마트), 푹롱 헤리티지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 진출도 확대하고 있다. MSR의 텅스텐 사업은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베트남이 아시아의 차세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 제조업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텅스텐을 비롯한 전략 광물 산업은 그 가능성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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