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되고, 금호는 안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매물을 삼켰지만 3년 만에 실패로 끝나면서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M&A는 기업이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고,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수단이다. 하지만 M&A를 통해 일약 성장한 기업들이 있는 반면 때를 잘못 만난 기업에는 M&A가 '독배(毒杯)'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금호-재무적 투자자(FI)에 대한 과도한 의존

금호아시아나의 무리한 M&A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2006년 초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재무상황은 비교적 양호했다. 부채비율은 561.54%로 다소 높았지만 유동성 비율이 80.26%였다. 현금성 자산 등을 감안할 때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2008년 12월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유동성 비율이 60.93%로 떨어진 반면 부채비율은 831.10%로 치솟았다. 1929억여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1063억여원 적자로 돌아섰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년반 만에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해야만 했다.

그 발목을 잡은것은 ‘풋 백 옵션’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이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3조원 이상을 ‘빚’으로 충당했다. 이에 따라 매년 이자를 지불하면서 향후 주식전환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주가가 3년안에 이자를 보상할 수준으로 가지 못하면 차액을 물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1월 인수금액만 4조원을 들여 ‘대한통운’을 인수. 적정 인수금액 2조원의 두 배를 준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M&A가 성공하려면 인수주체나 피인수주체 모두 긍정적인 모델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대우건설 직원들이 ‘다시팔리게 돼 잘됐다’고 나타나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두산-원천기술 확보, 과감한 인수·정리

두산그룹 역시 2007년 인수한 미국 소형 건설중장비 회사 밥캣으로 유동 위기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새로운 M&A 기법을 선보이며 유동성 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핵심 사업에 경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두산은 지난 달 3일 두산DST, 삼화왕관 사업부문, SRS코리아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이들 4개사의 지분(7808억원)을 묶어 특수목적회사(SPC)에 편입시킨 뒤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이렇듯 두산은 인프라지원사업(ISB)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하면서 철저하게 원천기술 확보와 관련사업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비핵심 사업부문을 과감하게 정리, 인수자금을 확보했다.

특히 풋백옵션 등 불리한 조건 없이 M&A를 성사시키는 두산의 노하우 역시 승자의 저주를 푼 열쇠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과 금호그룹의 M&A 성공 갈림길은 무리한 인수 조건에 있다”며 “역시 풋백옵션의 유무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박상권·김병용 기자 kwo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3회 보훈신춘문예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