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출구전략 경계로 먹구름

세계 주식시장이 불안불안하다. 각국 정부가 돈줄 죄기에 나선 탓이다.

본격적 출구전략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진 않았느나 경기부양책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예견해 온 것이지만 미국 중소기업 전문은행 CIT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것도 당장 부담스럽다.

증권가는 아직까진 장기적 상승 추세를 의심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수가 자칫 지지선을 깨고 추락한다면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일 코스피는 21.60포인트(-1.36%) 하락한 1559.09를 기록했다. 닷새만에 무려 6% 가까이 밀리면서 1600선을 힘없이 내준 것이다. 해외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다우지수가 1만선 아래로 밀렸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유럽 주요국 증시 또한 줄줄이 약세다.

◆주식시장 유동성 줄어든다=정부가 시장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것이란 우려로 증시도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연초부터 3분기까지 줄곧 좋아졌던 기업실적도 4분기 들어선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각국 정부가 유동성 회수를 본격화한 탓이다.

미국은 최근 '중고차 현금보상' 제도를 중단한 데 이어 연방준비은행(FRB)을 통한 국채 매입도 끝낼 것으로 점쳐진다.

중국 또한 개인주택담보대출 이자할인제도를 이달부터 폐지하고 인도는 부실채권 충당금 비율을 10%에서 70%로 대폭 상향 조정하는 유동성 회수 조치를 이미 단행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작년 11월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에 은행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키는 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왔으나 이를 곧 중단키로 했다.

이는 관련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이 탓으로 9~10월 두 달 새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20조원 이상 줄었다는 지적도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침체된 소비를 살리려고 동원했던 부양책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향후 증시 흐름은 실질적 소비심리 회복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출구전략 영향 안갯속=본격화한 출국전략 논의가 증시에 미칠 영향은 아직 정확히 가늠키 어렵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재정확대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졌다"면서도 "실물경제 회복이 뚜렷치 않은데도 국내ㆍ외 시장에서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한 점은 증시에 조정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 회복을 아직 장담키 어려운 상황인 만큼 유동성 축소는 증시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달러 약세 심화와 갑자기 불거진 CIT 사태도 만만치 않은 악재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기업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 할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 자금도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IT 사태는 주거용 부동산뿐 아니라 산업용 부동산 역시 거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 탓에 이중침체(더블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에도 아직까진 추세적 증시 상승을 기대하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IT는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금융기관으로 세계적 투자은행(IB)이었던 리만브러더스처럼 큰 타격을 주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시스템 회복을 다소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오상훈 SK증권리서치센터장은 "본격적 출구전략이 아닌 부분적 유동성 조정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 유동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줄어든 데다 기준금리 또한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조준영ㆍ문진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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