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18개월만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복귀했다. 이로써 다소 늦었지만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IOC는 8일(한국시간) 집행위원회를 열고 이 전 회장의 IOC 위원 복귀를 결정했다.
이번 복귀로 한국은 선수위원인 문대성 선수를 포함해 2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운신의 폭도 한결 넓어졌다.
IOC는 비리를 막기 위해 올림픽 유치 희망국 관계자와 IOC 위원들의 만남을 제한해왔다.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IOC 위원들을 만날 수 있는 자격은 같은 IOC 위원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 이번 복귀 이전까지 IOC 위원이 문 위원 한 명뿐이었다. 문 위원 역시 선수위원이기 때문에 기존 IOC 위원을 대상으로 유치 설득에 나서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올림픽 유치 경쟁 도시인 뮌헨(독일)과 안시(프랑스)는 각각 3명, 2명의 위원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체육계에서는 이 전회장의 복귀로 기존의 유치경쟁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밴쿠버로 이동해 올림픽이 폐막하는 이달 말까지 머무르며 IOC 위원들을 만나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이번 모임은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이전에 모든 IOC 위원들이 모이는 마지막 자리다.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전자는 전세계에 9개밖에 안되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이번 복귀는 단지 IOC 위원이 한 명 더 늘었다는 수치 이상의 효과가 있다.
아울러 밴쿠버 올림픽 이후에도 이 전 회장은 전용기를 이용해 세계 각국을 돌며 IOC 위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14년 동안 IOC 위원으로 활동한 이 전 회장의 친분이 크게 활용될 수 있다. IOC 위원들은 그간 이 전 회장의 유치 활동에도 평창이 두차례나 유치에 실패한 것에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회장의 광폭행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창 올림픽 유치 여부는 안갯속이다.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뮌헨은 독일 출신 토마스 바흐 IOC부위원장이 차기 위원장 선거 출마를 포기하고 올림픽 유치에 나서고 있다. BMW·지멘스·아디다스 등도 뮌헨 동계 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CES 전시회에서 이 전회장이 "(평창 유치를 위해서는) 국민과 정부 모두 힘을 합쳐서 한 방향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번 도전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관련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여전히 뮌헨이 평창보다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981년 바덴바덴에서 88올림픽 유치의 기적을 일궈냈듯 남은 기간 동안 국내 IOC 위원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다시 한번 쾌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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