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은행이 펀드환승 고객을 잡기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갔다. 펀드이동제 실시 한 달만에 환승 규모는 1000억원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이동건수도 300여건에 육박했다.
21일 증권업계와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펀드이동제를 실시한 전달 19일부터 이달 19일까지 4주 동안 판매사 이동 펀드는 모두 1003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판매사 이동건수는 모두 5426건으로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286건에 달했다.
이동건수는 전주(15~19일)부터 급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흘 연속 400건을 넘어서다 19일엔 최대 건수인 462건이나 됐다.
펀드이동제를 이용하면 투자자가 추가 비용 또는 별도 환매절차 없이 판매사를 바꿀 수 있다. 이 제도는 주요 펀드 판매사인 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가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내려 투자자 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됐다.
업계는 펀드이동제 효과가 당초 기대에 아직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했다. 금융당국이 과당경쟁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은행ㆍ증권사ㆍ보험사 모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
그러나 증권업계가 최근 펀드 판매라인 구축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종합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진 덕분에 펀드이동제 최대 수혜자로 꼽혀 왔다.
삼성ㆍ대우ㆍ우리투자ㆍ현대증권을 비롯한 8개 증권사가 판매하는 공모형 국내주식펀드 가운데 판매사를 바꿀 수 있는 펀드는 19일 기준 1191개로 작년 말 687개보다 무려 73.4% 급증했다. 펀드이동제 도입 논란이 본격적으로 일어난 작년 3분기 말 603개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늘어난 것.
작년 4분기 초 603개에서 같은 분기 말 687개로 13.9% 증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펀드이동제 실시 이후 증권사 영업라인 구축도 한층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판매사 이동이 가능한 펀드를 위주로 영업라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펀드 사후관리를 강화함으로써 대고객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전했다.
은행권 역시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중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는 "기존 펀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PB센터뿐 아니라 일반점포에서도 경쟁사와 차별화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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