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로이터 통신의 조사에서 전문가 87명이 모두 금리 동결을 예측했다. 이 조사에서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시기는 대체로 올해 4분기로 전망됐으며, ECB가 내년 이후에나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한 전문가도 많았다.
ECB는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창설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인 1%로 조정하는 등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이후 모두 7차례에 걸쳐 3.25%포인트나 내린 이후 금리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ECB는 금리를 당분간 현 상태로 유지한 채 그리스의 재정 적자 문제와 소위 '양적 완화' 정책의 단계적 축소에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은행 시스템에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중장기 물가안정에 대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특별 유동성 공급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하겠다"고 말했다.
ECB는 이에 따라 3개월물 대출에 대한 조건을 강화하는 한편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를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7일물에 대해서는 1%의 기준 금리로 시중은행이 필요한 만큼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ECB는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자 경매 방식을 통해 제한 없이 시중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편 지난해 7월부터 신용등급 BBB 이상의 유로화 표시 `선순위 보증부 채권(커버드 본드)'을 600억유로 어치 사들이는 등 '양적 완화' 정책을 진행했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과거 10년 평균의 3분의 2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리스 재정 위기나 신용경색 등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리셰 총재는 이어 그리스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환영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가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그리스 지원 문제와 관련, "IMF가 그리스를 어떤 형태로든 지원하고, (정책을) 지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ECB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0.8%로 유지했으나 내년 전망치는 1.2%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ECB는 이와 함께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올해 1.3%에서 1.2%로 낮추는 한편 내년 예상치는 1.4%에서 1.5%로 올렸다. 이것은 모두 ECB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밑도는 것이다.
아주경제=박재홍 기자 maen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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