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에 IC카드(전자식 신용카드) 도입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증권사들은 IC카드 관련 전산시스템과 보안망, 자동화기기(CDㆍATM) 도입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시일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증권사들에 공문을 보내 IC카드 전산시스템과 보안망, IC카드 인식 자동화기기(CDㆍATM)를 오는 6월 말까지 도입하라고 권고했다.
이 권고로 현재 IC카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증권사는 대신ㆍ하이투자ㆍ한화ㆍ교보ㆍKB투자증권 등 10여곳에 달한다.
금감원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에도 증권사에 IC카드 도입을 권장한 바 있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만만찮은 비용 탓에 도입을 미뤄왔다.
증권사가 IC카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창구에서 IC카드를 인식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하고 IC카드 발급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마련돼야 한다. 또 고유키 관리를 위한 서버는 물론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CDㆍATM 등이 들어와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증권사 규모에 따라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달한다.
또 IC카드가 기존의 마그네틱 카드보다 3~5배 가량 비싸 발급 및 교환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금감원의 IC카드 도입 권고가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자율적인 판단으로 IC카드 도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에게 IC카드 도입을 독려했을 뿐 강제한 적은 없으며, 오히려 금융 보안 강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재환 금감원 감독서비스총괄국 부국장은 "마그네틱 카드가 보안 위험에 노출돼 있는 반면 IC카드는 복제가 불가능 하다"며 "금융 전산 강화를 위해 모든 증권사들에 IC카드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 입장은 다르다.
한 대기업 계열 증권사 보안 관련 관계자는 "IC카드 도입은 당초 올해 업무계획에 잡혀 있지 않았지만 금감원의 지시로 지난달부터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금감원이 제시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업무에 과부화가 걸린 상태"라며 "금융전산은 안전이 최우선인데 이렇게 급하게 서둘러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신용카드를 만드는 공카드사를 지원하기 위해 IC카드 도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업계는 증권사가 발급하는 카드를 기존의 마그네틱에서 IC로 교체할 경우 100억원 이상의 시장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김용훈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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