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값에 샀던 주식을 팔면서 같은 계열 미래에셋증권은 매수를 추천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정작 운용사가 저가로 사들일 때는 매수를 권하지 않았던 탓에 투자자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에 계열 운용사 매매내역을 넣는 방안을 유관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초 이후 3대 운용사(미래에셋자산운용ㆍ삼성투자신탁운용ㆍ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대량보유상황보고서와 같은 계열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증권사 매수 추천과 반대로 운용사가 매도한 사례는 미래에셋증권ㆍ미래에셋자산운용만 3건에 달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달 9일 LG화학에 대해 2차전지 모멘텀을 기대한다며 목표주가 25만원과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LG화학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선 작년 하반기부터 적극 매수 추천에 나섰다.
문제는 이보다 훨씬 앞선 작년 4월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LG화학에 대한 매집을 마쳤지만 상반기 내내 매수 추천 보고서를 한 건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무렵 보유비중은 13.63%(903만주)로 고점을 찍었고 LG화학 주가도 10만원 미만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 보유비중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달까지 꾸준히 매도한 탓에 10.66%(706만주)로 떨어졌다. 운용사가 매입한 값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목표주가로 매수 추천을 내면서 비중을 무려 200만주 가까이 줄인 것이다.
두 회사는 삼성SDI와 오리온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운용사가 연초 이후 삼성SDI를 35만주 매도했고 오리온도 8만주 팔았으나 증권사는 같은 시기 매수를 추천했다. 결국 운용사가 주식을 팔면서 삼성SDI는 1~2월 두 달만에 12.88% 급락했고 오리온도 5.26% 미끄러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문제 삼긴 어렵지만 이번 사례를 볼 때 투자자 배려를 위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며 "운용사가 1년 동안 해당 종목을 얼마나 늘리거나 줄였는지를 계열 증권사 보고서에 넣는 방안을 금융투자협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수많은 기관 투자자 가운데 하나일 뿐인 계열 운용사를 오히려 의식하지 않고 애널리스트가 독립적ㆍ객관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대안이 나오기를 회사 역시 바란다"고 전했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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