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그룹에서 상용차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기후차체공업의 호시노 데쓰오(星野鉄夫ㆍ73ㆍ사진) 회장은 21일 아주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곤란을 겪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들의 우려를 씻고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도요타가 제너럴모터스(GM)를 꺾자 임원들 사이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에 오르게 되자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도요타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였다. 또 물량 확대의 이면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품질관리가 대규모 리콜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실제로 우려는 현실로 대두됐다. 도요타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북미에서만 800만대가 넘는 차량을 리콜하면서 1위 수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도요타의 글로벌 리콜 규모는 1000만대에 달하고 있다.
호시노 회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글로벌 생산 아웃소싱을 급속히 확장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는 대량생산보다 '모노즈쿠리(장인정신)'의 원천인 '품질'을 우선시해왔지만 공격적인 확장 과정, 특히 해외 아웃소싱 부문에서 핵심 가치가 흐려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시노 회장은 이번 사태로 도요타생산방식(TPS)이 뭇매를 맞고 있는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TPS는 '재고 제로(0)'를 목표로 한 도요타 고유의 생산 방식으로 수십년간 세계 자동차 가전 전자 화학 등 분야를 막론하고 유수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왔다. 호시노 회장은 20여년간 TPS를 한국 기업에 전수해 온 TPS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호시노 회장은 "대규모 리콜사태는 TPS의 실패가 아니라 도요타와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TPS의 본질을 간과한 결과"라고 말했다. 무제한적인 확장을 위해 적기 공급ㆍ생산 원칙을 무시하고 수요 이상의 생산에 나서다가 문제가 야기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도요타와 계열사, 해외 협력업체들은 지금 TPS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며, 금명간 새로운 도약에 나서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시노 회장은 "다른 기업들이 TPS를 무조건 흉내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TPS를 자기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TPS를 도입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삼성그룹을 꼽았다. 호시노 회장은 "삼성은 TPS를 단순히 모방하기보다 이를 한층 더 발전시키며 독자적인 방식을 찾아냈다"며 "이는 창조적인 기업 문화를 일궈낸 이건희 전 회장의 공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임에도 일본 소니를 꺾고 세계 TV시장을 제패한 것 역시 흔들림 없는 품질 중시 경영 덕분이었다"며 "삼성전자가 원조인 도요타마저 잊은 TPS의 핵심가치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TPS를 삼성 고유의 것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김재환 기자 krik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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