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특별취재팀) 삼성전자는 종합전자기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은 물론 가전·TV·휴대폰·PC 사업에 이르기 까지 대부분의 완성제품까지 생산한다. 각 부문에서 삼성과 경쟁하는 기업들 가운데 이처럼 종합적인 전자제품 라인업을 갖춘 기업은 전혀 없다.
이는 삼성전자의 강점이다. TV 산업 1위 비결에는 완성제품 부문의 빠른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디스플레이는 물론 반도체와 LED 소자에 이르기 까지 각 부품 부문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 TV의 강점으로 알려진 화질 칩은 반도체 관련 인력의 연구개발이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삼성LED는 적기에 LED 관련 부품을 개발·공급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도 최고사양의 디스플레이로 삼성 TV의 선전을 지원했다. 삼성SDI는 PDP와 브라운관 등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프리미엄 휴대폰 역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AM OLED를 채용했다. 삼성 휴대폰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적용,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했다. 빛에 약한 기존 디스플레이의 약점도 보완했다. SMD 또한 제품 공급을 통해 매출을 올림으로써 아직 준비단계인 AM OLED의 기술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했다. 상호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제품 부문의 주요 경쟁사들이 부품 부문의 핵심 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애플의 아이패드에는 삼성전자의 부품이 대거 채용됐다. TV와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이 삼성의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채용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PC산업의 주요 메이커들도 D램 등 삼성의 주요 부품 고객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삼성전자는 한때 회사를 DS부문(부품)과 DMC부문(완성제품)으로 이원화해 독자 경영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다시 삼성 내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다시 조직을 통합했다. 각 부문별 시너지를 최대화 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의 '경쟁vs고객' 딜레마는 존재한다. 똑 부러지게 이를 해결할 방법도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종합전자기업으로서 이같은 문제는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숙제"라며 "다만 각 사업부 별로 현장 중심 경영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과거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부문에서 세계 정상급의 시장 주도권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 문제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 경쟁업체들의 삼성 따라잡기 움직임이 치열한만큼 향후 경쟁체제에서 이같은 딜레마가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각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카르텔'을 돌파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왔다.
최근 삼성전자의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역시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전자업계에서 '중화' 열풍을 일으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전체 인구가 13억명 이상인 중국 시장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다. 이미 중국 내에서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는 가전 브랜드들과 반도체·LCD 부문에서 삼성을 추격하고 있는 대만의 부품 경쟁력이 힘을 모으면 삼성전자의 설 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중국 공산당의 주요 차세대 인력들에 대한 교육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베이징 올픽 등 등 중국의 주요 행사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에 LCD 공장을 건립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아닌 중국 인민과 호흡하는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전자 시장은 이미 적과 동지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이를 활용해 각 부문별로 최상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글로벌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해당 시장과 각 고객 기업 하나하나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