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경제올림픽' 상하이엑스포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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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3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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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8시(현지시간). 2010 상하이엑스포 일반 공개를 1시간여 앞둔 가운데 8번 행사장 입구에는 개막식 관전을 위해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엑스포 150년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를 증명하듯, 상하이엑스포사무국(이하 사무국) 추산 당일 기준 입장객은 21만명에 달했다. ‘차이나 파워’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몰린 것. 중국의 법정 공휴일(5월1~3일)이 겹쳤던 것도 13억 중국인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이날 박람회 입구에서는 입장권을 미처 구하지 못한 방문객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암표상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러나 국제적 행사인 만큼 보안이 철저했다.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과 보안공관들이 수시로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녔다. 불법적으로 표를 판 암표상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삼엄한 보안 검색을 뚫고 입장한 뒤 기자는 곧장 엑스포 전용버스에 올라탔다. 박람회장 규모가 총 5.28Km2로 워낙 넓다보니 도보만으로는 관람이 어렵기 때문. 관람객 편의를 위해 투입된 엑스포 전용버스는 300여대로, 탄소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차다.

◆한국관ㆍㆍㆍ'한국의 멋' 세계가 감탄하다

   
한국관 전경
 
버스 하차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대한민국관(이하 한국관)이다. 한글을 형상화한 외관에 사방이 뻥 뚫린 공연장을 갖춘 이 곳에는 한복을 입은 안내원이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다.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색채감을 살린 건물 내벽에는 ‘전륜 구동차의 위력은 눈 쌀인 언덕길에서 나타난다’, ‘비행기 안에서는 방귀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만병의 근원은 성내는 것에 있다’ 등 유머러스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국관은 다른 국가관과 달리 관람 경로가 2층에 마련됐다. 7개 전시구역 중 맨 처음에 소개되는 ‘컬처 존’은 태권도, 국악, 사물놀이, 한류스타 공연 등이 118인치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됐다. 병풍을 모티브로 스크린이 배치됐다.
 
채 옌려 씨(蔡姸麗, 28세)는 “카자흐스탄관, 뉴질랜드관에 이어 관람할 코스를 찾다가 외관에 끌려 왔더니 한국관이었다”며 “2층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경쾌한 소리가 들리길래 안내원에게 물었더니 ‘난타’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2번째 공간은 ‘그린 존’으로, 천장에서부터 내려 온 녹색 삼베천이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내부에 전시된 LCD 모니터에서는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등 한국의 친환경 정책이 소개됐다.

   
한국관 테크놀로지 존
 
테크놀로지 존’에는 4대의 3D TV가 첨단 광섬유로 제작된 조형물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이 TV는 삼성(양 끝 2대)과 LG(가운데 2대)제품으로, 입체영상용 안경을 쓰고 보면 사물이 튀어나올듯 한 생동감 있는 화면을 경험할 수 있다. 유독 이 공간에서 관람객의 탄성이 쏟아졌던 이유이기도 했다. 안휘성에 거주하는 장 후이량 씨(張厚良, 57세)는 “장장 3시간을 기다린 끝에 한국관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다. 한국이 IT강국임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의 덕담을 슬라이드 형식으로 소개하는 롤링포춘이 전시된 ‘휴머니즘 존’, 400명이 동시에 뮤지컬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코러스 시티’, 2012년 여수엑스포를 소개하는 ‘한중우호교류관’ 등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황푸강을 건너며

   
페리가 선착장에 닿은 모습.
 
한국관에서 기업연합관(이하 기업관)으로 가기 위한 이동 수단으로 배 편을 이용했다. 황푸강을 건너기 위해서였다. 상하이 시를 남북으로 흐르는 황푸강 양안에 걸쳐 엑스포가 개최되기 때문에 조직위는 15분 간격으로 페리를 운영하고 있다.

배 안의 질서업무를 담당하는 장 카이룬 씨(張凱倫, 23세)는 “상하이엑스포 관람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페리 16척이 황푸강 위에 떠 있다”며 “1척당 최대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기자와 대화하는 도중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배 안을 배회하는 관람객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기자가 탄 배는 정확히 7분 만에 강 건너 선착장에 도착했다.

엑스포 무료버스를 타고 강 밑 터널을 통해 건너갈 수도 있다.

◆기업관ㆍㆍㆍ화려한 볼거리로 관람객 사로잡다

   
기업관 외관
 
선착장에서 나오자마자 찾은 곳은 한국 기업관이다.
 
금호아시아나 두산 롯데 삼성전자 신세계이마트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 효성 LG SK텔레콤 STX 등 12개 대기업이 참여했는데, 건물 외관 어디에도 기업 로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용인 즉 코카콜라 등 글로벌기업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단독기업관과 동종 산업군에 있는 기업은 전시회에 참여 못하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한국기업 로고는 입구 앞 가까이에 와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원통형 주제영상관
 
표지판을 지나 입구에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 사이로 ‘니하오. 화잉꽝린(你好, 歡迎觀臨)’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를 번갈아 외치는 도우미가 여럿 보였다. 무역협회가 기업관 홍보를 위해 선발했던 운영요원들이었다. 이들은 기업관 내 곳곳에 배치돼 한국 기업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3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슬로프 공간에 세워진 원통형 주제영상관은 기업관의 핵심이다. 왕 웬웬 씨(王媛媛, 30세)는 “192개 LCD모니터를 이용해 주제영상관을 구현했다고 들었다. 빛과 색이 주는 화려함에 놀랐다. 영상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다소 추상적이었지만 알고 있는 한국기업 로고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나는 삼성이 만든 디지털카메라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포 이모저모
상하이엑스포는 참가국 242곳(192개 국가, 70개 국제기구), 투자액 286억위안으로 엑스포 사상 최대 규모다. 자원봉사자도 100만명으로 역대 최고다. 사무국은 "엑스포 개최 기간동안 700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람회장 내에는 CCTV, NHK 등 상하이엑스포 현장을 보도하려는 취재진의 열기가 뜨거웠다. 주변 상공에는 취재 헬기까지 동원됐다.

중국인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상하이엑스포 자원봉사자 사(史)씨(24세, 복단대 의과대학 5년)는 “엑스포를 개최하게 돼 중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학교에서 엑스포 자원봉사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는데 뽑혔다. 지원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중국의 저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하이(중국)=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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