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최근 들어 GM대우가 연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내년 시보레 브랜드 도입을 공식 발표하자 ‘한국의 GM대우가 미국 제네럴모터스(GM)의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재점화됐다. 거기에 산업은행은 3일 GM에 지난해 10월 증자와 관련 이의를 제기하는 동시에 국제 중재재판소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개인적으로는 GM대우의 팬이다. 4년째 구형 마티즈를 타고 있는데 잔고장도 거의 없다. 다음 자동차로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 만큼 GM대우에 대해 끊이지 않는 논란은 안타깝다. GM대우의 준중형 세단 라세티 프리미어는 그 깐깐하다는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 회원들 사이에서도 ‘안티’가 없는 걸로 유명하다. 그만큼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는 뜻이다.
GM과 GM대우로써는 다소 억울한 일일 수도 있다. 지난달 29일 시보레 도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제이 쿠니 부사장은 “GM은 GM대우를 통해 한국에 9000명 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고, 30여개의 차량 및 엔진을 개발해 왔으며, 이를 위해 총 7조원을 투자해 왔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왜 자꾸 GM을 ‘악당’으로 몰고 가는가.
하지만 기자는 스스로가 일부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GM대우 임원의 ‘소통’의 부재가 화를 더 키웠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부산모터쇼 프레스 데이에서의 기자회견장 분위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날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시보레 도입과 관련해 거듭되는 기자의 질문에 “기자들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 “추측성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며 원칙적인 답변만을 이어갔다. 한술 더 떠서 제이 쿠니 부사장은 얼굴을 붉혀 가며 한국 언론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못했다.
물론 언론의 계속되는 ‘근거 없는(있는)’ 의혹에 답답한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런 겉도는 소통 방식을 보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또 영어에도 ‘a soft answer turns away wrach(부드러운 말이 분노를 누른다)’는 비슷한 말이 있다. 미국에서 얼마나 자주 쓰이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한국과 똑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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