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영리 기자)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통신사들은 '갑 중의 갑'입니다. 모바일 생태계 조성, 상생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지 의문입니다."
대형 통신기업과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 제조사 간의 해묵은 ‘갑을관계’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통신업체는 이른바 ‘슈퍼갑’이었다. 각종 휴대폰과 콘텐츠들이 통신사를 통해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굴지의 휴대폰 제조사는 물론 장비납품 업체, 콘텐츠 제공업체들까지 슈퍼갑에 휘둘렸었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제조사에 스펙 다운을 요구해온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뭔가가 달라진 듯 했다.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스마트폰이 활성화하면서 통신사들이 태도를 바꾸고 나선 것이다.
통신사들은 기존의 높은 콧대를 버리고 저마다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건전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해 콘텐츠 제공 업체와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통사· 개발사· 제조사 간의 수직적 갑을관계를 청산하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상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통신사들은 업계에서 갑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마케팅 제한 정책으로 보조금 축소가 불가피 하자 제조사에 판매 장려금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들은 이를 거부하면 재고 물량을 빼거나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콘텐츠 개발자들은 통신사나 제조사들이 주최하는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에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응모 하더라도 저작권은 그들의 손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업계 안팎에선 왜 우리나라에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애플의 경쟁력은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앱스토어에서 나온다. 갑의 지위를 포기한 애플은 오히려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고 독점적 지위도 굳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려면 중소기업이나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열쇠는 대기업이 쥐고 있다. 갑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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