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한국거래소 임원 중 일부는 직원 신분으로 임원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거래소는 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집행간부(이사.감사) 대부분을 교체했다. 이 가운데 일부 승진 인사가 이전과 같은 직급으로 사내 규정에 따른 연봉제 적용을 받고 있다.
이유는 작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임원들의 임금이 대폭 삭감됐기 때문이다.
이번 임금 축소 정책에 따라 집행간부들의 기본급은 2008년 2억6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올해 취임한 김봉수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2008년 3억7000만원 수준이었던 기본급이 1억6000만원으로 축소돼 세금공제 후 실제로 받는 급여는 1억원 정도에 그친다.
거래소 직원들의 임금도 올해부터 5% 깎였지만 작년 거래소 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0만원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 중견급 직원보다 임금이 낮아지는 이른바 '연봉 역전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이에 올 초 거래소 내부에는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다 대외적으로 거래소를 대표하고 업무 책임을 지는 임원들의 역할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고육지책'으로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임기가 만료되면 거래소를 떠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지정 후 이런 변화에 따라 거래소에선 '인사 청탁'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거래소 내부에서 기형적인 조직체계(?)가 형성되는 데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
물론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상 임금 기준을 다른 공공기관 평균 수준으로 맞춰 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승진이 빠른 경우 만 50세가 되기도 전에 임기 만료로 거래소를 떠나야 한다. 임원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경영성과가 좋은 경우 한차례 연임도 가능하지만 그뿐이다.
공적인 업무를 영위하면서 방만 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던 거래소를 정부가 직접 나서 개혁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내부 직원들이 승진을 꺼릴 정도로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우려스럽다. 직원들의 사기 저하에 따른 인재 이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실시한 명예퇴직에 적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고민했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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